[조성하 기자의 힐링투어]구로카와 온천부터 다카치호까지… 규슈, 산큐패스 하나면 OK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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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큐패스로 떠나는 일본 규슈 여행

2월에 찾은 구로카와 온천마을의 료칸 산가(山河). 모처럼 함께 여행을 떠난 구마가이 씨 모녀(구마모토 거주)가 로텐부로에 몸을 담근 채 한가로이 정담을 나누고 있다. 규슈는 한겨울에도 이렇듯 초목이 푸를 정도로 기후가 온화해서 겨울여행지로 그만이다. 구로카와(일본 구마모토 현)=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2월에 찾은 구로카와 온천마을의 료칸 산가(山河). 모처럼 함께 여행을 떠난 구마가이 씨 모녀(구마모토 거주)가 로텐부로에 몸을 담근 채 한가로이 정담을 나누고 있다. 규슈는 한겨울에도 이렇듯 초목이 푸를 정도로 기후가 온화해서 겨울여행지로 그만이다. 구로카와(일본 구마모토 현)=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참 쉽쥬?’ ‘집밥 백선생’이 유행시킨 이 말. ‘알고 나면 어려운 게 없다’는 말이다. 여행이라고 다를까. 언어 걱정 때문에 나홀로 일본여행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분들.

해보고 나면 참 쉬우니 한번 일본 규슈 여행에 도전해 보심이 어떨지. 그리고 거기에선 이게 큰 도움이 된다. 혼슈에도 없고, 홋카이도에도 없고 오직 규슈에만 있는 무제한 버스이용권 ‘산큐(SUNQ)패스’다.

이것만 있으면 규슈는 혼자라도 어디든 바람처럼 구름처럼 다닐 수 있다. 낯선 땅이건만 언제나 내 발이 되어주니까. 유레일패스가 우리 젊은이들에게 유럽배낭여행의 길을 열어주었다면
산큐패스는 우리 모두에게 나홀로 규슈 여행을 실현시켜 준다.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버스와 배로 갈 수 있으니 말이다. 노선은 모두 2400개로 규슈 7개 현을 거미줄처럼 잇는다.

특급(고속), 반특급(시외)버스는 물론이고 시내버스에다 근거리 섬을 오가는 배까지도. 이 패스는 지정기간(3일 혹은 4일)에 지정지역(북규슈 혹은 규슈 전지역)에서 무제한 쓸 수 있다.

아직 충분하지는 않아도 도심버스는 한국어와 한글안내 서비스도 제공한다. 버스센터(터미널)는 주요 행선지를 한글로 표기해 놓고 있기도 하고. 말이 안 통해도 일본에선 목적지를 찾아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일본의 다른 지역보다 우리와 정서가 비슷한 규슈에선 더더욱 그렇다. 특히 여행자에 대한 일본인의 배려나 선심은 기대 이상이다. 산큐패스만 보여줘도 금방 여행자인줄 알고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그러니 이 패스를 소지한 것만으로도 규슈여행은 절반쯤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산큐패스(전 규슈 4일권)로 나홀로 규슈여행에 도전했다.

구로카와 온천을 경유해 아소산과 협곡비경 다카치호를 보는 3박 4일 일정이다. 올겨울 이 산큐패스로 규슈 버스여행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지. 하고 나면 누구든 이렇게 말할 것이다. ‘참 쉽쥬?’라고. 》
첫날: 인천→후쿠오카→구로카와 온천

인천공항에서 한 시간 거리의 후쿠오카. 국제선터미널 2층에서 구로카와 온천행 특급 고속버스에 오른다. 이 버스는 하루 네 번(09:32 10:32 14:35 15:35) 있는데 2시간 10분쯤 걸린다. 단, 예약승객만 태우니 한국에서 예약해야 한다. 예약은 전화(통역포함 3자 통화)로 하며 여행사의 유료대행 서비스도 있다.

구로카와 온천은 지난 21년간 다녀본 수많은 일본 온천마을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곳이다. 숲 속 계곡의 천변에 있는 이 자그만 마을은 료칸 하나하나가 모두 수준급이다.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기품과 전통미가 있다. 일본 3대 온천마을 중 하나라는 게 절대 허명이 아니다.

둘째날: 구로카와→아소산→구마모토

아소산은 최근 대형분화로 화구호 관광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구사센리 초원에서 분화모습을 보기로 했다. 구로카와에서는 규슈횡단버스(10:35 12:10)로 아소역에서 하차(11:23 12:39)해 아소화산박물관행 버스(11:45)로 갈아탄다. 구사센리까지는 29분. 그런 뒤엔 아소역으로 돌아와 구마모토 교통센터(터미널)행 버스(13:56 16:18 17:23)에 오른다. 구마모토까지는 2시간 10분 소요. 구마모토의 랜드마크는 구마모토 성이다. 또 하나를 든다면 지하수를 담아 파는 생수. 그 정도로 이곳은 물이 좋다. 고풍스러운 노면전차도 볼거리다.

셋째날: 구마모토→다카치호


다카치호 협곡의 비경은 보트로 수상에서 봐야 제격이다. 다카치호(일본 미야자키 현)=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다카치호 협곡의 비경은 보트로 수상에서 봐야 제격이다. 다카치호(일본 미야자키 현)=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다카치호(미야자기 현)는 구마모토역(09:11·3번 승차장)과 교통센터(09:22·26번 승강장)에서 출발하는 노베오카(延岡)행 특급버스가 데려다준다. 네 시간의 장거리지만 좌석예약은 필요 없다. 도착시각은 12:09. 가는 도중엔 거대한 아소산 분화구를 가로지른다. 검은 연기를 내뿜는 산정분화구를 왼쪽 차창으로 한참이나 볼 수 있다. 다카치호 역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협곡. 일본 최고의 비경에 들만큼 특이하고 아름답다. 그래서일까. 아마테라스 여신의 천손강림(天孫降臨) 신화가 이곳을 무대로 탄생했다. 다카치호가 ‘신화의 산실’로 불리는 이유다. 협곡에선 노 젓는 보트도 탈 수 있다.

넷째날: 다카치호→후쿠오카→인천공항

이젠 여행도 막바지. 마지막날은 후쿠오카로 돌아가 귀국항공편에 오른다. 다카치호 버스센터에선 후쿠오카행 버스가 하루 네 번 출발(09:00 11:10 16:40 18:40)한다. 그런데 이 버스는 국제공항에는 들르지 않는다. 후쿠오카의 ‘니시테쓰 텐진 버스센터’나 페리부두인 ‘하카다 버스센터’(12:51 15:01 20:29 22:29)에서 내려 공항행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시내→공항은 40분 정도.

여행정보

◇산큐패스: 최근 ‘산큐패스 북규슈 3일권’의 한글판이 나왔다. 노선 이용방법 등 모든 정보가 한글로 씌어 있다. 통용지역은 후쿠오카 오이타 구마모토 사가 나가사키 현(선박 3개 항로 포함). 전 규슈권(3, 4일권)은 가고시마 미야자키 현 등 규슈 7개 현에서 두루 통용. 판매는 모두투어(www.modetour.com). 산큐패스 이용 규슈 여행 정보는 ‘규슈타비(www.kyushutabi.net)’에 상세히 있다.

◇관광정보(한글): 일본정부관광국 www.welcometojapan.or.kr ▽구로카와온천:www.kurokawaonsen.or.kr ▽구마모토·아소산: www.kumanago.jp/ko/ ▽다카치호 △미야자키관광: www.kanko-miyazaki.jp/korean/ △다카치호 초: www.takachiho-kanko.info △호텔 다카치호: www.h-takachiho.com

규슈(일본)=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산큐패스 여행이 철도 여행보다 좋은 10가지 이유 ▼



①족집게 이동: 후쿠오카공항∼유후인, 유후인∼벳푸, 유후인∼구로카와, 유후인∼아소산 분화구역 등 철도로는 오갈 수 없는 곳곳을 버스는 모두 연결한다. 그래서 시간낭비와 비용부담을 줄여준다.

②싸다: 기차로 여행하면 역에서 목적지까지 버스를 타야 하니 산큐패스보다 비용부담이 더 크다. 지난 3년간 실제로 활용해 보면서 효용이 더 크다는 걸 확인했다. 동반 어린이도 산큐패스는 취학 전(7세 미만)이라면 1인당 한 명씩 무료다. JR규슈레일패스는 6세미만만 무료. 패스가격은 철도보다 싼데다 여행사와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상시할인(5000∼6000원)해준다.

③편리하다: 후쿠오카공항 경유버스(유후인 벳푸행) 덕분에 공항이 현지여행의 출발과 도착점이 된다. 그건 철도역∼공항 이동에 따른 시간낭비와 비용부담을 줄여준다. 귀국 때도 여행지에서 공항으로 직행하니 편리하다. 일부 노선의 좌석예약을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도 편리하다. JR레일패스의 지정석 예약은 일본 국내에서만 할 수 있다.

④야간버스로 숙박해결: 후쿠오카∼가고시마 야간버스는 숙박비 절약형 운송수단. 주간보다 운행시간을 2시간 50분가량 늘려 6시간 36분 운행한다. 왕복에 이용하면 이틀 치 숙박비를 절약할 수 있다.

⑤한국어방송과 한글안내: 규슈횡단버스 등에서는 정류장 사전안내를 한국어로도 제공하고 있다. 한글안내도 상당수 노선에서 하고 있다.

⑥안전하다: 일본버스는 우리 버스와 많이 다르다. 철도만큼 안전하다. 고속버스와 시내버스의 차이도 없다. 운전기사는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고 정류장마다 안내방송을 한다. 안전운행수칙도 철저하게 지킨다. 운행시각도 분 단위로 지켜 환승에도 무리가 없다.

⑦가방 수납: 장거리 고속버스엔 짐칸이 있어 무거운 가방을 들고 타지 않아도 된다.

⑧시모노세키까지 포함: 시모노세키는 규슈가 아니라 규슈북단과 마주한 혼슈 야마구치 현의 항구도시다. 산큐패스는 예서 2시간 반 거리의 일본 최대 석회암동굴(아키요시다이)행 버스까지 탈 수 있다. 모지(규슈)∼시모노세키(혼슈) 두 항구를 오가는 보트도 패스로 이용할 수 있다.

⑨전망이 훌륭하다: 기차보다는 버스의 경관이 더 좋다. 속도가 빠르지 않아 경치 구경에 그만이다. 진짜 느린 여행은 철도가 아니라 버스다.

⑩배도 탄다: 인근 섬을 오가는 배편 상당수를 산큐패스로 이용할 수 있다. 레일패스엔 없는 서비스다.

규슈타비 블로그 운영자 지원석 씨(니시테쓰 산큐패스 한국판매담당).
규슈타비 블로그 운영자 지원석 씨(니시테쓰 산큐패스 한국판매담당).

규슈 여행정보 가득한 블로그 운영자는 한국인 ▼

산큐패스만 있으면 언어장벽을 넘어 나홀로 규슈여행이 가능한 배경. 후쿠오카 현지에서 ‘규슈타비(www.kyushutabi.net)’라는 산큐패스 전용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지원석 씨(사진) 덕분이다. 그 핵심은 지난 4년간 시간이 날 때마다 규슈 전국을 버스로 돌며 현지에서 수집하고 확인해 올린 엄청난 양의 다방면 여행정보다. 게다가 수시로 물어오는 질문과 그에 대한 성실한 답변은 그 자체로도 충실한 정보. 본인이 새롭게 찾아낸 패스 활용방안을 올리고 있지만 규슈타비 정보를 토대로 여행을 다녀온 이들도 후기를 올린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선 규슈여행에 필요한 어지간한 정보는 모두 얻을 수 있다.

산큐패스는 2400개 이상의 버스노선 통용권으로 규슈 7개 현의 대다수 버스회사가 참여해 만들었다. 그중 가장 큰 향토 기업인 니시테쓰(西日本鐵道)가 판매를 맡고 있다. 니시테쓰는 1907년 다자이후 철도마차로 창업해 현재 후쿠오카 시내버스와 다자이후 사설철도, 솔라리아호텔 등을 소유하고 있다. 지 씨는 니시테쓰에서 산큐패스 한국판매를 담당하는 직원. 그의 경력은 특이하다. 국악작곡가 겸 지휘자다. 유튜브엔 그가 작곡하거나 지휘한 국악 연주 영상이 다수 뜬다. 일본전통음악인 가부키 연구차 규슈에서 유학을 하다가 이 회사에 취업했다. 니시테쓰 107년 역사에 최초로 채용한 한국인이다. 그는 산큐패스를 이렇게 말한다. 몰랐던 약효가 꾸준히 새롭게 발견되는 인류 최고의 명약 아스피린 같다고. 엄청난 효용가치를 강조한 말이다.

버스로 다니는 일본 열도

규슈횡단특급버스 차내의 정류장 한글 안내. 그 왼쪽은 요금표다.
규슈횡단특급버스 차내의 정류장 한글 안내. 그 왼쪽은 요금표다.
일본과 한국은 차량통행이 좌측, 우측으로 다른 만큼이나 버스 이용방법도 다르다. 시내버스는 뒤로 타고 앞으로 내린다. 요금도 내릴 때 내는 데다 거리계산제여서 내리기 전 확인하고 정액을 투입한다. 거리계산 요금은 차안 정면의 전자요금판에 게시된다. 1부터 시작하는 번호 칸마다 각기 다른 금액이 표시되는데 내가 낼 요금은 승차 시 뽑은 정리권 번호의 칸에 표시된 금액이다. 잔돈교환기가 있는 것도 우리와 다르다. 요금투입구 옆에 있는데 1000엔 지폐도 바꿔준다. 카드 지불방식은 우리와 같다. 산큐패스는 운전기사에게 앞면(이용기간 표기)을 보여준다. 산큐패스를 이용하면 정리권을 안 뽑아도 된다.

일본에선 운전기사가 정류장마다 사전안내방송을 한다. 후쿠오카 등지의 시내버스에선 요금판 옆 전자문자판에 정류장 이름을 표시한다. 하차 의사는 정차요청 버튼을 눌러 알린다. 버스운행도 일본은 지극히 정숙하다. 기사도 승객도 절대 서두르지 않고 재촉도 않는다. 승객은 버스가 완전히 선 뒤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잔돈까지 바꿔 요금을 지불하고 천천히 내린다. 기사도 탑승한 승객이 모두 앉아야 출발한다. 차내에선 전화 통화하는 이도 거의 없다. 좌석예약 고속버스에선 승차 전 반드시 기사가 예약자를 확인한다. 그러니 항상 순서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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