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사정 합의 깨는 한노총, ‘조계사 민노총’과 강성 경쟁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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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9·15 노사정 대타협의 취지와 내용을 훼손하거나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 포함된 5대 노동입법안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일반해고와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지침 강행과 성과연봉제 중단도 요구했다. 정부 여당이 무시하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고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 때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으름장도 놓았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일괄 처리할 계획인 5대 노동개혁법안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기간제근로자법, 파견근로자법이다. 한국노총은 이 중에서 비정규직과 관련된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이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되지 않았다고 반발했지만 그들이 현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7일 “비정규직 근로자의 70∼80%가 기간제법 4년 연장을 원한다”고 했다. 파견근로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파견법 역시 금형 주조 용접 등 영세 제조업체들이 파견 근로자가 아니면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 조속한 입법을 원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대기업 정규직으로 구성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비정규직들이 원하는 법을 한사코 가로막고 있다.

노사정 합의는 존중돼야 하지만 입법권은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기간제법이나 파견법에 관해 노사정 합의가 쉽지 않다면 ‘공익의견’을 토대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노무현 정부에서 기간제법을 제정할 때도 노사정이 합의를 하지 못했지만 노사정위가 제출한 공익의견을 토대로 입법한 전례가 있다. 노동개혁의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

노사정 협의에 참여조차 거부했던 민주노총의 한상균 위원장은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민중 총궐기 투쟁’이라는 이름 아래 대규모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뒤 조계사를 거점 삼아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제2광화문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노총 김 위원장은 노동계 내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민주노총과 선명성 경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양대 노총이 끝내 거부하고 기득권 지키기를 고집하다가는 현장 근로자들이 외면하는 노동귀족으로 전락할 날이 머지않았다.
#한노총#조계사#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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