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탕은 워터파크가 아닙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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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1월의 주제는 ‘공공 에티켓’]<222>목욕탕서도 공공질서를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대중목욕탕은 주말을 맞아 목욕하러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온 부모가 많았다. 어른들이 온탕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푸는 사이 냉탕은 아이들의 차지였다.

“들어간다!”

한 아이가 고함을 지르며 탕 안으로 뛰어들자 ‘첨벙’ 하며 물이 탕 바깥까지 튀었다. 물싸움을 하거나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은 쉴 새 없이 “까르르” 웃어댔다. 수영복이 없을 뿐 워터파크의 한 장면과 다를 바 없었다. 이들이 내는 소리는 목욕탕 전체에 울려 퍼졌다.

냉탕 옆 벽면에는 ‘10세 이하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소란을 일으킬 경우 강제 퇴실 조치할 수 있습니다’라고 빨간 글씨로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녀에게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얘기하는 아버지는 한 명도 없었다. 이따금 어른들이 냉탕 안 아이들에게 “좀 조용히 하자”고 주의를 줘도 조용한 건 잠시뿐이었다.

이날 목욕탕을 찾은 김민혁 씨(29)는 “주말이면 항상 냉탕 안은 떠들고 장난치는 아이들로 넘치는데 목욕탕 특성 때문에 소리가 더 크게 울리는 데다 온탕에 앉아있는 사람한테까지 차가운 물이 튀어 불쾌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로 성인들이 몸을 담그는 온탕에서도 에티켓에 어긋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샤워를 하지 않은 맨몸으로 탕 안에 들어오거나 손으로 몸을 문질러 때를 미는 사람이 있었다. 그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도 정작 당사자는 ‘무엇이 문제냐’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일부는 손톱으로 발바닥의 각질을 벗기거나 발가락 사이를 긁었다. 수면에 각종 부유물이 떠다니는 이유다.

1주일에 2, 3번 목욕탕을 찾는다는 이형석 씨(32)는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갔을 때 밀려오는 쾌감이 좋아 목욕탕에 가는데 매너를 지키지 않는 이들을 보면 짜증이 밀려올 때가 많다”며 “피로를 풀러 갔다가 오히려 더 피곤해질 때도 있는 만큼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기본적인 매너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공공 에티켓#대중탕#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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