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총장, 시간강사에 甲질 이어 이번엔 ‘언어폭력’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9일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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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한류 수출 1호’로 불리는 타슈켄트 인하대(IUT)의 부실 운영 문제를 외부에 알린 것으로 추정되는 인하대 출신 ‘시간강사’를 늦은 밤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추궁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갑질 논란(본보 10월23일 A18면)에 휩싸인 인하대 최순자 총장의 돌출 행동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사업(프라임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대학 구조 조정을 충분한 대화와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교수와 학생들에게서 비난을 사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최 총장은 인하대 문과대 교수회가 12일 ‘총장의 문과대 구조조정 발언을 규탄하는 문과대 교수회 성명서’를 발표하자, 문과대 조병준 학장에게 성명서 발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언어폭력’에 가까운 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인하대와 문과대 교수회에 따르면 최 총장은 6일 미국 출장에 앞서 문과대 조 학장을 집무실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최 총장은 조 학장에게 “내년부터 문과대학을 3개 학과만 남기겠다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 조 학장이 이를 공론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인하대 문과대는 총 9개 학과로 구성됐다. 구조조정안에 따르면 영어영문, 일본언어문화, 프랑스 언어문화, 철학과 등 4개 학과는 내년부터 교양대학으로 옮기고 2017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다. 문화경영, 문화콘텐츠 학과는 내년부터 신설되는 융·복합대학으로 소속을 옮긴다는 구조조정안을 조 학장에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어문학과는 인하대에 입학할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 △중국언어문화학과는 황해문화권의 발전을 위해 △사학과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3개 학과의 존치 근거까지 알렸다.

이 같은 사실이 문과대 교수들에게 알려지자, 문과대 교수회는 12일 ‘총장의 문과대 구조조정 발언을 규탄하는 문과대 교수회 성명서’를 발표하며 반발했다. “문과대학의 정체성과 인문학의 본질을 외면하고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총장은 일방적이고 황당무계한 문과대 축소방안을 철회하고 문과대 구성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최 총장은 문과대 교수회의 성명서를 미국 출장 중에 접하고 12일 오후 2시경 조 학장에게 언어폭력에 가까운 메일을 보냈다. ‘학장의 발표 능력에 테크닉이 필요할 것 같네요. 학장의 리더십에 의혹이 갑니다.’라며 조 학장을 힐난하게 비난했다.

이후 조 학장은 최 총장으로부터 받은 메일을 전 교수들에게 보내 충분한 공감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문리대 구조조정 계획을 알렸다.

이와 관련, 인하대 한 원로교수는 “총장의 문과대 구조조정 관련해 교수와 학생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공감하는 구성원도 없다”고 말했다.

학내 반발이 심한 가운데 최 총장은 17일 문과대 교수와 가진 간담회에서 “철학과와 프랑스 언어문화학과를 교양대학으로 옮겨 폐지하고 영어영문과 일본 언어문화학과는 정원을 대폭축소하겠다”는 구조조정 수정안을 재차 확인했다. 일부 학과의 정원 축소 외에 기존 입장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문과대 학생회는 18일 성명서를 내고 “최 총장은 문과대 구성원인 학생들이 배제된 구조조정을 당장 철회하고 사과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인하대 관계자는 “프라임 사업이 논의 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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