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위기마다 등장…제네시스는 ‘슈퍼히어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18일 05시 45분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미국시장 공략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효자다. 제네시스는 2008년 처음 미국시장에서 선을 보인 이후 해마다 큰 폭으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만 10월까지 2만726대가 판매됐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미국시장 공략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효자다. 제네시스는 2008년 처음 미국시장에서 선을 보인 이후 해마다 큰 폭으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만 10월까지 2만726대가 판매됐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 미국시장 강타한 제네시스의 새 도전

2008년 성장 위기 후 등장한 제네시스
현대차 이미지 고급세단 브랜드로 개선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내년 G90 출시

현대차는 1986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총 1002만7899대를 판매하며 1985년 현지 법인 설립 후 30년, 1986년 엑셀 수출 후 29년 만에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넘어서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현대차의 미국시장 공략 30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모델은 대형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다. 제네시스 출시 이전까지 북미시장에서 현대차는 그야말로 대중차, 적정 수준 품질의 차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컸다. 그 고정관념을 깬 차가 바로 1세대 제네시스다. 2008년 1세대 제네시스가 미국시장에서 선보인 이후 미국 판매에 양적, 질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 출시된 2세대 제네시스는 미국 브랜드의 부활과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의 공세 등으로 경쟁이 극에 달한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새로운 성공 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이처럼 제네시스는 현대차 미국 사업의 주요 고비마다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 역할을 수행해온 상징적인 차다.

현대차를 대중차에서 고급차, 고급차에서 럭셔리차의 이미지로 변화시켜온 제네시스는 이제 별도의 글로벌 브랜드로 독립해 고급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 미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 제네시스, 고비마다 현대차 성장 모멘텀 작용

현대차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뚜렷하게 둔화됐다. 특히 2008년에는 2007년 대비 14%나 판매율이 급감하는 위기를 맞았다. 엑센트,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쏘나타 등 중소형 위주의 라인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찾아온 것이다. 브랜드의 고급화가 절실했다. 그 때(2008년 6월) 투입된 차가 바로 현대차가 최초로 독자 개발에 성공한 후륜구동 방식의 대형 세단 1세대 제네시스다.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등 이미 시장의 검증을 받은 최고급 모델들을 상대로 경쟁해야 했고, 그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이듬해인 2009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아시아 대형차로는 최초로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하며 전 세계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시장에서 브랜드 고급화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제네시스 후광 덕분에 판매량은 급격히 늘었다. 1세대 제네시스 출시 이듬해인 2009년에 전년 대비 8.3%가 증가한 데 이어 2010년에는 무려 23.7%가 증가했다. 현대차도 우수한 고급차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현대차 브랜드 전 차종에 대한 신뢰를 높이며 판매 확대로 이어졌다.

2세대 제네시스 출시(2014년 4월) 당시에도 현대차는 쉽지 않은 경영환경에 직면해 있었다. 아반떼, 쏘나타 등 주력 신차가 노후화돼 판매량이 떨어졌고, 판매 인센티브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돼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출시된 2세대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기본적인 제품 경쟁력이 대폭 업그레이됐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시험에서 승용차로는 세계 최초로 29개 세부평가 전 항목 만점을 획득하며 미국 고객들의 신뢰를 얻었다.

검증된 안전성과 상품성 덕분에 2세대 제네시스는 지난해 신·구형 모델을 합쳐 1만9133대가 판매됐으며, 올해는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38.2% 증가한 2만726대가 판매돼 2008년 출시 후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고급 브랜드의 간판 모델 격전장인 ‘미드 럭셔리(MID LUXURY) 세단’ 차급 내에서도 1세대 제네시스 점유율 2.0%에서 올해는 10월 누계 기준 11.0%로 5배 이상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 ‘제네시스’ 브랜드 또 한번의 성공 신화 도전

미국 고급차 시장은 지난해 200만대 수준에서 2020년경에는 25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대차는 그 시장을 이제 제네시스라는 럭셔리 브랜드로 도전한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을 가늠할 첫 모델은 ‘제네시스 EQ900’다. 내달 국내에 먼저 출시되고, 미국에는 내년 ‘G90’란 이름으로 시장 공략을 시작한다. G90는 미국에서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렉서스 LS 등 톱 브랜드의 최고급 플래그십 모델들과 경쟁하게 된다. G90에 이어 2세대 제네시스의 연식 변경 모델도 내년 ‘G80’란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 출시된다. 이처럼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기술력과 고급 이미지를 현대 브랜드로 자연스럽게 전이시키는 시너지 창출을 통해 새로운 성공 신화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로스앤젤레스(미국)|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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