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가 연 재테크 새 트렌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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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구함” 2분만에… 58명이 5000만원 채워

지난달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 대출 업체인 ‘8퍼센트’ 홈페이지에는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빵집에 투자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떴다. 해당 지역에서는 맛있는 빵집으로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투자 모집 창이 열리고 채 2분도 되지 않아 58명의 투자자가 몰려 목표액 5000만 원을 채웠다. 이 빵집은 투자금으로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지점을 냈다. 펀딩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2년간 매달 연리 9.91%의 이자를 받게 된다.

금융과 기술이 결합된 핀테크가 재테크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예·적금, 펀드 등 기존에 자주 접했던 금융상품 외에 P2P 대출채권 투자, 벤처기업 지분 투자, 로봇이 해주는 자산관리까지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재테크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P2P 대출은 요즘 소액으로 중위험-중수익 투자를 원하는 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P2P 대출은 다수의 소액 투자자가 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해주고 대출자는 투자자들에게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갚는 방식이다. 대학원생 김모 씨(29)는 올해 6월부터 8퍼센트를 통해 100여 개의 채권에 수천만 원을 투자했다. 김 씨는 “매달 원금과 이자가 들어와 다른 투자보다 현금 흐름이 좋고 여러 개의 채권에 분산 투자해 손실 위험도 낮췄다”며 “수익률은 채권마다 다르지만 평균 연 10%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P2P 대출 업체인 ‘렌딧’은 수십 개의 대출을 모은 포트폴리오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투자자를 모집한 10억 원 규모의 4호 포트폴리오 상품은 5일 만에 마감됐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여러 건의 대출을 모았기 때문에 단일 대출 상품보다 손실 가능성이 적다”며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10%로 은행의 예·적금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미국의 벤처캐피털인 파운데이션캐피털에 따르면 전 세계 P2P 대출시장 규모는 2011년 5억 달러(약 5800억 원)에서 2014년 88억 달러(약 10조2080억 원) 규모로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P2P 대출시장 규모를 약 200억 원으로 보고 있다.

유망 벤처기업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도 조금씩 관심을 끌고 있다. 법률서비스 중개 애플리케이션을 운영 중인 한 벤처기업은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오픈트레이드’를 통해 최근 1억5000만 원을 투자받았다. 오픈트레이드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벤처기업의 사업계획서를 보고 건당 적게는 50만 원부터 많게는 수천만 원씩 투자한다”며 “보통은 2∼3년, 길게는 10년 정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투자자가 많다”고 전했다.

P2P 대출이나 크라우드펀딩 투자 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모두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투자라는 점이다. 김동우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P2P 대출 및 크라우드펀딩 투자는 예금자 보호 같은 제도적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만약 대출자가 만기에 돈을 갚지 못하면 이는 곧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현재는 P2P 대출업체가 대부업체로 등록돼 있어 이자소득에 대해 15.4%가 아닌 27.5%의 세금이 부과된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그동안 고액 자산가들만 주로 받았던 자산관리 서비스도 핀테크의 확산으로 문턱이 낮아졌다. 컴퓨터가 자동으로 자산을 배분해주고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로보어드바이저도 국내에 도입돼 투자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결제, 송금, 대출시장에서 핀테크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관리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핀테크#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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