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에 급급한 개혁… 수도권 규제 등 과감히 풀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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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는 한국경제, 뛰는 선진경제]<5>한국, 미래 성장을 위한 해법은

#1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규제 완화와 사업 재편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산업경쟁력강화법 초안을 마련해 2013년 10월 15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그리고 같은 날 국회로 법안을 넘겼다. 이 법안은 중의원과 참의원을 잇달아 통과했다. 각의 결정 후 정확히 98일 되던 지난해 1월 20일에 시행됐다. 국회 논의 도중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은 없었다.

#2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7월 9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소위 ‘원샷법’)을 대표 발의했다. 기업이 사업 재편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혜택을 주는 내용으로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과 내용이 흡사하다. 법안은 공청회를 거쳐 현재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돼 있다. 정부와 여당은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일부 의원들이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란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여야는 안보 관련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경제 살리기 관련법에 대해선 합심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경제 법안 처리에도 정치 논리와 반(反)기업 정서가 개입되면서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최근 ‘기는 한국 경제, 뛰는 선진 경제’ 시리즈를 취재하며 선진 경제의 성장 비결이 한국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회뿐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이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 말로만 하는 ‘규제개혁’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규제개혁은 전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빠른 성과를 내고 있다. 물론 규제개혁은 국내에서도 ‘낯선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더디다. 등록 규제 수는 2012년 1만4857개에서 박근혜 정부 1년 차인 2013년 1만5267개로 오히려 410개 늘어났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1만4928개와 1만4608개로 줄어들었지만 당초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줄이는 수만큼 새로운 규제가 생겨나고 있어서다.

정부는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하기 위해 지난해 행정규제기본법도 개정하겠다고 했지만 올해 안에 실시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고용이 전국경제인연합회 규제개혁팀장은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에 실패할 경우 규제개혁 추진동력은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며 “과감하게 규제를 줄일 뿐 아니라 ‘수도권 입지규제’ 같은 핵심적인 문제점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실종된 ‘기업가정신’

미국이 금리 인상을 저울질할 정도로 경기가 호전된 데에는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들이 끊임없이 사업을 벌여 미국 경제 저변을 넓힌 영향이 컸다. 미국은 2015년 글로벌 기업가정신지수(GEI) 평가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의 GEI는 28위로 이병철 정주영 같은 국내 산업화 초창기 기업가들의 맥이 끊어졌다.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와 육성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500스타트업’ 임애린 이사는 “기업가정신을 높이기 위한 문화와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며 “미국 정부는 50여 년 전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인재에 투자해 우수한 인력을 공급한 데다 지식과 공구를 함께 사용하는 ‘공유 문화’가 발달해 창업가는 초창기 투자비 ‘제로(0)’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패에 대해 관용으로 포용하는 분위기도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 ‘알티만’의 팀 윌슨 대표는 “이력서에 실패 경력이 있으면 그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파악한다”며 “제대로 교훈을 얻은 창업가는 다음 사업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실패 경력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 ‘제조업 혁신’ 후방산업까지 노려야

독일의 제조업 혁신 프로젝트인 ‘인더스트리 4.0’은 자국(自國) 내 생산 공장들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정책에는 생산라인 자동화에 관한 표준을 주도함으로써 제조업 부문에서 글로벌 리더의 위치를 더욱 견고히 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산업용 생산장비 전문업체 리탈과 소프트웨어(SW) 전문기업 SAP 같은 독일 회사들은 이미 ‘스마트공장’ 특수로 매출이 늘고 있다.

한국 역시 2020년까지 국내 스마트공장을 1만 개까지 확대하는 계획 등을 담은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공장 자동화’에만 머물 경우 자칫 해외 장비 및 SW 기업들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인더스트리 4.0은 이미 국제 공동 프로젝트처럼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글로벌 표준을 선도해야 미래 제조업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김창덕 기자
#규제#개혁#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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