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불안장애 정형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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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에 대해 “그의 목소리는 자연이 내려준 우리 시대의 경이 중 하나”라고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감탄했다. 천부적 목청을 타고난 스트라이샌드도 30년 가까이 공연 무대에 서지 못한 일이 있었다. 1967년 콘서트에서 가사를 까먹은 것이 발단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불안장애를 가진 그에겐 가벼운 실수가 무대공포증으로 이어졌다.

▷방송인 정형돈이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오래전부터 앓아 왔던 불안장애가 최근 심각해지면서 방송 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것이다. TV에서 유쾌하고 활기찬 모습만 대했던 시청자들의 놀라움이 컸다. 불안장애란 별다른 일이 없는데도 신경계가 경보장치를 작동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극도의 불안 공포감과 함께 불면증 호흡곤란 같은 신체 증상을 동반해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다. 연예인 이경규 김장훈 등이 치료받은 공황장애,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남자 주인공이 앓은 강박장애 등이 여기 포함된다.

▷회사원에서 개그맨으로 전직한 정형돈은 2009년 ‘사소한 것 하나부터 너무나 다른 남녀’의 심리를 다룬 ‘남녀탐구생활’에서 우리 시대 평범한 남성상을 싱크로율 100%로 연기했다. 무명의 설움을 딛고 ‘무한도전’ 등에서 스타 MC로 떠올랐다. 햇볕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것일까. 3년 전 ‘힐링캠프’에서 그는 “운 좋게 잘되다 보니까 내 밑천이 드러날까 봐 미래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불안하다”며 불안장애를 털어놓았다.

▷미국 성인 중 18% 이상이 불안장애를 앓는다. 한국에서도 환자 수가 2008년 39만8000명에서 2013년 52만2000명으로 급증했다. 공교롭게도 내년을 전망하는 트렌드 서적에서도 불안이 공통 화두다. 정글 같은 세상에서 생존하려면 불안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병적인 불안의 늪에 빠지지 않게 주의하면서 말이다. 모든 것을 100% 잘하겠다는 생각에서 불안이 싹튼다. 완벽주의자였던 스트라이샌드의 조언을 귀담아 두면 좋겠다. “난 이대로 충분하다고 믿는 것,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불안장애#정형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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