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헌 군불 때는 眞朴, 국정 팽개치고 장기집권 궁리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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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새누리당의 홍문종 의원이 그제 “20대 총선이 끝난 이후 개헌을 해야 된다는 것이 현재 국회의원들의 생각이고 국민의 생각도 그렇지 않을까”라며 개헌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이원집정제 즉 외치(外治)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內治)를 하는 총리, 이렇게 하는 것이 5년 단임제보다 정책의 일관성도 있다”며 구체적 내용까지 거론했다.

물론 청와대는 어제 “정신 나간 사람들” “지금 전력을 집중하는 사안은 민생이고 정기국회에서의 법안 통과”라며 개헌론을 일축했다. 친박계 일부 의원들이 ‘분권형 개헌’을 내년 총선 공약으로 내걸자고 했지만 청와대가 제동을 걸어 무산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친박 실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열흘 전 “5년 단임제로는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없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말한 바 있다. 최 부총리나 홍 의원은 친박 중에서도 ‘진짜 친박’ 또는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진실한 사람’에서 나온 ‘진박(眞朴)’으로 분류된다. 박 대통령의 뜻을 잘 아는 이들 진박이 치고 빠지기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말로는 ‘민생 올인’을 내세우지만 물밑에선 임기 이후 밑그림에 골몰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10월 방미 중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일곱 번이나 만나 ‘차기 대선주자 관리’라는 뒷말이 나오게 만들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퇴임 뒤를 위한 친위세력 구축의 뜻이 없다고 해도, 계속 권세를 누리고는 싶고 마땅한 대선주자는 없는 친박으로선 분권형 개헌이 솔깃할 수도 있다.

작년 10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꺼냈다가 하루 만에 거둬들여야 했다. 대통령 임기가 한참 남은 시점에 차기를 거론하는 자체가 조기 레임덕을 부추기고 국정의 에너지를 분산시킨다는 지적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런데도 홍 의원은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설’에 대해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군불을 땠다. 반기문 사무총장을 대통령감으로 내세워 충청표를 흡수하고, 대구경북(TK)같이 당선 안정 지역에 기반을 둔 친박 세력이 힘을 합치면 권력 장악은 쉽다는 시나리오도 나돈다. 이원집정부로 개헌하면 친박은 국회의원 특권에다 장관까지 차지해 행정부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장기집권 야욕”이라는 야당의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집권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개헌을 꾀하다가 되레 레임덕을 앞당겼던 것이 과거 정권에서의 경험이다. 개헌론이 특정 세력의 정략에서 나오는 것부터가 나라의 불행이다. 진정 친박 세력이 개헌을 추진할 생각이 있다면 총선 또는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친박#홍문종#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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