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현장속으로]마산 무학산 ‘등산 주부 피살사건’ 미궁에 빠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무학산 주부 피살 사건이 일어난 현장 인근의 간이 쉼터. 이 쉼터 바로 아래 산비탈에서 피해 여성이 발견됐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무학산 주부 피살 사건이 일어난 현장 인근의 간이 쉼터. 이 쉼터 바로 아래 산비탈에서 피해 여성이 발견됐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학이 춤추는 듯한 모습’에서 이름 붙여진 경남 창원시 마산의 진산 무학산(舞鶴山·762m). 마산만을 굽어보는 무학산에서 ‘50대 주부 한낮 피살 사건’이 발생한 지 11일로 보름째다. 경찰 수사가 진전이 없는 가운데 등산객으로 넘쳐나던 근교 산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겼고 흉흉한 소문만 무성하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고통도 크다.

10일 오후 피해 여성 이모 씨(52)가 지난달 28일 등산을 했던 길을 따라 무학산에 올랐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원계마을회관을 출발해 사건 현장을 다녀오는 2시간 동안 등산객은 단 한 명도 마주치지 않았다. 평일 오후지만 사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등산로 입구에서 제보 전단을 나눠주던 마산동부경찰서 변삼석, 신진훈 형사는 “두 시간 전에 몇 명이 다녀갔을 뿐 산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은 원계마을회관에서 2km, 무학산 정상에서 1.6km 떨어진 속칭 ‘깔딱고개’의 간이쉼터 인근이었다. 이 씨는 28일 오전 11시 15분경 원계마을 입구를 출발해 낮 12시 56분 정상에 도착했다. 이 모습은 산 정상의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이어 오후 1시 14분 남편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하산하다 오후 2시경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신이 수습된 지점은 경사가 심하고 수풀이 우거졌지만 벤치 3개가 있는 간이쉼터에서 아래로 40m, 등산로에서 옆으로 20m 거리다. 등산객의 왕래가 잦은 곳이다. 경찰이 계획적인 범행보다는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데 무게를 두는 이유다. 경찰은 범인이 범행 직후 원계마을회관 쪽으로 내려갔거나 정상 방향으로 올라가다 다른 몇 개의 등산로 중 하나를 통해 하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학산 등산로는 모두 23개다.

경찰은 원계마을회관 인근을 비롯해 80대의 CCTV와 차량 블랙박스 30대, 창원시관제센터 CCTV 3000대 등을 훑고 있다. 자료 분석과 탐문, 성범죄 전과자와 최근 출소자, 혼자 사는 남성 등을 조사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관만 82명. 단일 사건으로는 대규모다. 현재까지 현장 주변에서 100건이 넘는 유류품도 확보했다. 신고보상금 1000만 원도 내걸었다.

이날 오후 6시경 마산동부경찰서 2층 수사본부 회의실에서 회의를 주관한 수사본부장인 김정완 마산동부경찰서장은 수사팀에 “사소한 부분에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라”고 강조했다. 매일 두 차례 수사회의를 주관하는 그는 “전단을 배포한 이후 19건의 신고가 들어왔다”며 “시민 제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건 당일 오후 2시 산을 오르다 비명소리를 두 차례 들은 등산객 2명과 또 다른 등산객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50대 전후 남성으로 추정되는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조금씩 ‘구성’해 가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도 총력 지원 체제를 갖췄다. 강력팀 광역수사팀 과학수사팀 등이 돕고 있다. 백승엽 청장도 수시로 수사 상황을 챙기고 있다. 오동욱 강력계장은 “외진 곳에서 일어난 ‘원시적인 사건’이어서 해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유족들에게 약속한 대로 반드시 범인을 검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동부경찰서 형사계 055-233-7107∼8, 010-4778-6390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마산 무학산#등산 주부 피살사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