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민간교류 훈풍부는데… 北, 당국회담 세차례 제의엔 무응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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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 개선에 합의한 8·25 남북 고위급 접촉 이후 정부가 북한에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위한 예비 접촉을 세 차례 제안했으나 북한은 아직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6일 북한에 8·25 합의에 따라 당국 간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한 것이라기보다는 회담의 기선을 잡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북 연락관 직통전화를 통해 8·25 합의 사항인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위한 예비 접촉 제안 통지문을 보내려 했으나 북한 측 연락관이 ‘(평양에서) 통지문을 받으라는 얘기가 아직 없다’며 수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안은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였고, 수신자는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였다.

이에 앞서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준비하던 지난달 21일 판문점 전화를 통해 북한에 예비 접촉을 추석 직후인 10월 2일에 열자고 제안했다. 예비 접촉은 당국 간 회담 수석대표의 급과 회담 성격을 정하기 위한 것. 하지만 북한은 이틀 뒤인 23일 판문점 전화를 통해 “통일부 당국자들이 대북 전단 살포, 북한 인권법 제정 논의, 북한 도발설 확산 등 북남(남북) 대결을 선동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예비 접촉 제의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홍 장관 명의로 김양건에게 제안했지만 북한은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외곽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로 통일부에 통지문을 보냈다. 이에 정부는 다시 지난달 24일 판문점 전화로 북한에 “8·25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라. 심사숙고해 예비 접촉 제의에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했다.

북한은 이후로도 묵묵부답이었다. 지난달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 한미 정상회담, 한중일 정상회의, 한일 정상회담이 이어지는 한 달 반 남짓 동안 별다른 호응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8·25 합의 사항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성사되고 남북 교류에 대한 북한의 태도도 부드러워지면서 사회문화 교류는 확대됐지만 당국 회담에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중, 북-미 관계 등 한반도 주변 정세를 봐 가면서 자신들이 대화를 주도하는 모양새로 남북대화에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화에 언제 어떻게 나올지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현재로서는 남북 관계 개선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그 과정을 자신들이 주도하는 형태로 만들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리더십으로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는 점을 과시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를 살려 가겠다는 취지로 지난달 30일 통일부 기자단에 당국 회담 예비 접촉 제안과 관련해 보도 유예(엠바고)를 요청했다. 기자단이 이를 받아들였으나 북한이 답변을 하지 않는 상황이 길어져 6일 보도 유예 해제를 결정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민간교류#당국회담#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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