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속살]‘朴의 사람’ 드러내려니… ‘MB맨’ 명함 내밀자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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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대통령의 사람들은
조윤선 민경욱 전광삼 ‘조용한 준비’… 이동관 김효재 박정하 ‘자립형 후보’

전현직 ‘왕의 사람’들도 총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왕의 사람이란 꼬리표는 그 왕이 잘나가면 득표에 도움이 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계륵’이 될 수도 있다. 왕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꼬리표를 ‘팔자’ 정도로 생각한다. 자신이 모신 왕이 총선을 치르는 시점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잘난 왕이건 못난 왕이건 왕을 모셨다는 자체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람으로 분류돼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될 인물들을 일컬어 ‘홍길동 후보’라는 말이 나온다. 지지율 40%대 중반을 줄곧 유지하고 있는 현직 대통령의 사람이란 꼬리표는 훌륭한 ‘완장’이 될 수 있다. 여당 성향이 강한 서울 강남권과 대구 등 영남권에서는 당선의 보증수표가 될 수도 있을 정도로 위력적.

하지만 박 대통령이 청와대는 물론 내각에서도 총선 출마자를 일찌감치 정리하면서 ‘전략공천’과 아예 선을 그은 마당에 대놓고 ‘내가 박근혜 사람’이란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라는 것.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대변인, 인수위 대변인을 지낸 뒤 여성가족부 장관과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윤선 전 수석은 서울 서초갑에 출사표를 냈다. 이력만으로도 박 대통령 사람인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지만 세화여고 졸업생이라는 것을 앞세워 이 지역 ‘토박이’임을 강조하고 있다.

인천 연수 또는 중-동-옹진에 출마할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과 대구 북갑에 출마할 전광삼 전 춘추관장은 조 전 수석에 비해 마음이 급하다. 정치 신인으로 인지도가 낮아 박 대통령의 사람임을 적극 홍보해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출마를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곽상도 전 민정수석, 윤두현 전 홍보수석 등은 출마설만 나돌고 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사람들은 ‘자립형’으로 불린다. 심한 가뭄으로 4대강 사업이 조금씩 재조명받고는 있지만 현재까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은 게 사실. 그러다 보니 ‘MB맨’을 앞세우기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자질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

대표적 MB맨인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은 신문사 정치부장과 일본 특파원, MB 정부 홍보수석 등의 다양한 경험을 내세워 28년간 살아온 서울 서초을에 도전장을 냈다. 김효재 전 정무수석은 18대 국회의원을 했던 성북을에 다시 출사표를 냈다. 신문사 부국장 출신으로 한 차례 의정활동과 정무수석을 지낸 경험을 앞세워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

이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까지 대변인으로 남아 이른바 ‘순장(殉葬)조’가 됐던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고향인 강원 원주갑에 출마한다. 중앙정치 경험과 젊은 패기를 무기로 앞세우고 있다. 이상휘 전 춘추관장도 포항 북 출마를 준비 중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총선#조윤선#민경욱#전광삼#이동관#김효재#박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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