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코리아문화수도 시흥]세계인과 通하는 지역축제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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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문화프로그램 마련

갯골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이 물놀이 기구를 즐기고 있다.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제공
갯골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이 물놀이 기구를 즐기고 있다.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제공
시흥 관곡지(官谷池)에서 열리는 연성문화제 중 국악공연 장면.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제공
시흥 관곡지(官谷池)에서 열리는 연성문화제 중 국악공연 장면.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제공
봄 진행된 물왕예술제 무대에서 클래식 공연이 열리고 있다.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제공
봄 진행된 물왕예술제 무대에서 클래식 공연이 열리고 있다.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제공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됐던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시민들이 퍼레이드를 열고 있다.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제공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됐던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시민들이 퍼레이드를 열고 있다.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제공
갯골축제 마지막 날의 하이라이트인 물총놀이.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제공
갯골축제 마지막 날의 하이라이트인 물총놀이.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제공


‘2016년 코리아문화수도’로 선정된 경기 시흥시에선 도시 박물관, 캐릭터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시민을 맞는다.

시흥을 1년 내내 문화예술로 채울 프로그램은 총 1만2141회.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10만9269시간(동 시간 프로그램 누적 합계)에 이른다. 시흥시는 코리아문화수도 프로그램으로 약 1360억 원의 광고효과와 856만 명의 관광객 유치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코리아문화수도 프로그램은 시흥 시민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 더 나아가 전 세계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마련된다.

‘숨’을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내년에 문화수도 시흥에서 열리는 문화 프로그램의 주제는 ‘숨’이다. 시흥시는 문화수도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숨의 다양한 의미가 담긴 문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문화수도에서 펼쳐질 프로그램들은 서울에 집중된 문화 콘텐츠를 다른 도시들로 분산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코리아문화수도가 서울 등 대도시에서 이뤄지던 공연과 전시, 문화이벤트를 그해의 문화수도로 선정된 도시로 옮겨와 문화 상품 수요의 물꼬를 트는 데 목적을 두기 때문이다.

지역의 문화 상품들도 재조명한다. 지역이 가진 특색 있고 독창적인 문화 상품은 발굴·계승하고 서울에서만 누릴 수 있는 유명 문화 콘텐츠는 지방 시민들도 즐길 수 있도록 이전하는 게 특징이다. 유럽 등 다른 국가의 문화수도가 해당 도시만의 문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꾸려진다는 점에서 시흥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코리아문화수도는 지역 문화 인프라를 강화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 선정위원인 고은 시인은 “서울이라는 중심에 이 나라의 모든 것을 모아 살아왔다”며 “앞으로는 새로운 가치인 정치, 경제의 수도와는 다른 ‘문화의 서울’이라는 개념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를 통한 지역발전 기대

이처럼 코리아문화수도는 서울에 편중된 문화를 지방으로 옮겨 문화를 통한 지역 발전과 지역 재생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 서울과 지방 사이의 문화 격차가 콘텐츠의 양과 질 모두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일례로 지방 시민들은 해외 유명 가수의 콘서트나 뮤지컬을 관람하기조차 힘이 든다. 대부분의 공연이 서울에서만 열리거나 부산 등 대형 광역시에만 한정돼 선보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지방의 문화 격차는 지역의 문화 수준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지방의 문화 수준이 낮다는 인식이 퍼지면 문화 분야의 우수한 인력이나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울과 지방의 문화 격차는 정치·경제·문화의 수도 집중화의 결과이자 원인이라는 진단마저 나온다.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는 이 점에 착안해 서울과 지방의 사회·경제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문화 격차를 우선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수도나 경제수도를 옮길 수 없다면 ‘문화수도’를 옮겨 지방 경제와 문화를 동시에 살린다는 취지다.

김석은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 이사장은 “한반도 각 지역의 독창성을 살리고 문화 복지 수준을 높여 문화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공평하게 즐기고 맘껏 누리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는 다양한 국립·공립·민간 문화예술단체와 협약을 맺고 해마다 문화수도를 선정해 문화예술단체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씨앗이 돼 지방의 문화가 싹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로써 기존에 서울에서만 볼 수 있던 유명 콘텐츠와 예술가들을 지역의 문화수도에서도 보고 즐길 수 있게 됐다.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가 직접 기획하는 프로그램과 시민들에게 이미 검증받은 인기 기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유명 공연과 전시 등을 다시보기, 미리보기 등의 방식으로 문화수도에서 선보이게 된다.

전국대회형 프로그램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음악이나 미술, 스포츠 경연대회 중 예선과 준결승을 전국 각 도시에서 치른 뒤 본선과 결승을 문화수도에서 치르는 방식이다. 각종 경연대회의 본선, 결승 장소가 서울에만 집중되는 것에서 벗어나 서울이 아닌 도시에서도 경연대회의 본선 및 결승전을 즐기도록 하는 ‘문화 전국체전’인 셈이다.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는 이러한 전국대회형 프로그램이 지역 간 교류를 통해 문화 산업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지역문화의 자생력을 키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제공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제공


공연, 미술 등 10대 분야로 구성

문화수도 프로그램들은 공연, 미술, 스포츠, 패션, 음식, 정보기술(IT) 등 10대 분야로 구성된다. 많은 국립·공립·민간 문화예술 단체들이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와 협약을 맺고 문화수도 행사에 참여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지역의 독창성을 살린 지역 고유 프로그램은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직접 기획해 진행한다.

문화수도 프로그램은 크게 3가지 차원에서 설계됐다.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는 “지역에서 즐기는 차원, 전국에서 즐기는 차원, 세계에서 함께 즐기는 차원으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서울과 지방의 문화 격차를 줄이는 게 문화수도의 목적이지만 특정 지역에 국한되기보다는 전국, 전 세계와 문화로 소통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문화수도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문화 소비 패턴을 ‘반짝’에서 ‘흠뻑’으로 바꾸자는 캠페인도 펼쳐진다. 문화가 사람들의 일상으로 녹아들어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를 통한 지역 발전이 이뤄지려면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한 해에 2300여 개의 지역 축제와 행사가 열리지만 지역에 뿌리내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발전의 동력이 될 만한 축제는 많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 행사가 끝날 때마다 콘텐츠의 완성도와 대중성은 물론이고 지역의 정체성을 제대로 담았는지, 지역 주민의 참여도는 높았는지, 다른 도시와 외국 관광객의 유치 효과는 충분했는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이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문화 콘텐츠 중 상당 부분이 민간이 아닌 관의 주도로 이뤄져 있거나 단발성 행사에 그쳐 왔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지역 행사가 ‘반짝 행사’에 그치며 지자체의 예산만 허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문화예술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행사에서 선보인 문화 프로그램들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지역의 문화 토양을 1년 내내 ‘흠뻑’ 적시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의 판단이었다.

코리아문화수도는 1개 도시를 1년간 ‘문화수도’로 삼아 도시의 개성과 특성에 맞게 선정한 주제를 1년 내내 소비하는 게 특징이다. 각 도시의 독창적인 문화와 역사, 철학을 부각하고 이를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이다. 전국의 예술가와 문화 마니아들이 직접 지역을 찾게끔 한다는 장점도 있다.

다른 지역 행사와 달리 1년 내내 전국 각지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소비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연중 내내 지역 주민과 한 데 어우러지는 ‘지역 잔치’인 셈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문화예술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시장을 형성하고 문화 자생력을 키우자는 취지다.

김 이사장은 “한국의 첫 문화수도로 선정된 시흥시가 풍성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창조 문화도시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생력 있는 콘텐츠로 지역 도시 발전의 물꼬를 틀 것”이라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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