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에 울려퍼진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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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현지 방문… 디지털피아노 2000대-칠판 2만개 선물
“인재 양성해야 전쟁 아픔 이겨내”

23일(현지 시간) 르완다 수도 키갈리의 키미 후루라 초중학교에서 열린 디지털피아노 및 칠판 기증식 행사에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오른쪽)이 파피아스 무사필리 마림바 르완다 교육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부영그룹 제공
23일(현지 시간) 르완다 수도 키갈리의 키미 후루라 초중학교에서 열린 디지털피아노 및 칠판 기증식 행사에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오른쪽)이 파피아스 무사필리 마림바 르완다 교육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부영그룹 제공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까맣고 조그만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하자 귀에 익은 우리 음악이 흘러나왔다. 유난히 눈동자가 맑은 아프리카 아이들은 서툰 한국어 발음이지만 열심히 노래를 따라 불렀다.

23일(현지 시간)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의 키미 후루라 초중학교에서 한국의 ‘졸업식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날 연주에 쓰인 디지털피아노는 바다 건너 한국의 부영그룹이 기증한 것이다.

부영그룹은 이날 르완다에 각국의 민속 노래와 졸업식 노래, 고향의 봄, 아리랑 등 각국 언어로 번안된 우리 노래 등이 저장된 디지털피아노 2000대와 교육용 칠판 2만 개를 기증했다. 이날 기증식 행사에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74)과 파피아스 무사필리 마림바 교육장관 등 르완다 정부 인사, 박용민 주르완다 대사, 도영심 유엔세계관광기구 스텝재단 이사장, 학생과 교사 등 350여 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이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불릴 만큼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이었다”며 “이곳 르완다에 디지털피아노와 교육용 칠판을 기증하게 된 것도 어린 새싹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실력을 닦아 훗날 국가 발전의 역군이 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방한한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디지털피아노와 칠판을 기증하기로 했고, 이날 그 약속을 지켰다.

후투족(인구의 약 85%)과 투치족(약 14%)으로 구성된 르완다에서 1994년 종족 간 갈등으로 3개월 동안 국민의 10%인 약 100만 명이 학살되고 여성 15만∼20만 명이 성폭행을 당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후 르완다 정부는 내전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가 경제 재건을 위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국내에서 기숙사(우정학사) 기증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온 부영그룹은 2003년부터 동남아를 중심으로 교육기부를 시작했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 초등학교 600여 곳을 지어 기증했다. 칠판 60만여 개와 디지털피아노 6만 대도 선물했다. 부영그룹은 앞으로 에티오피아와 짐바브웨, 세네갈 등 아프리카 국가로 교육기부를 확대할 예정이다.

키갈리=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부영그룹#사회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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