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농부를 프로로… ‘ICT 농사직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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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농가, 스마트팜 확산

스마트팜을 활용해 농업의 경제성을 높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발정기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만보계를 단 암소.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스마트팜을 활용해 농업의 경제성을 높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발정기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만보계를 단 암소.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경북 칠곡군의 한우 송아지 생산 농가인 호진농장에서는 2년 전부터 전체 암소 50마리의 절반인 25마리가 ‘만보계’를 차고 다닌다. 발목에 끈으로 기계를 매달아 발걸음 수를 재는 것으로 사람이 사용하는 만보계와 비슷하다. 얼핏 생각하면 소의 건강을 위해 단 것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여기엔 농가의 경제성을 높이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숨어 있다. 이 농장의 박영진 씨는 “만보기가 소의 활동량을 확인해 발정기가 된 암소의 경우 이메일로 ‘교배 시기가 됐다’고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도 스마트팜(Smart Farm)을 활용해 소득을 올리고 인건비를 절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만보기로 암소 발정기를 자동으로 점검하는 호진농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암소는 임신 시기가 되면 축사 내에서 걷는 걸음 수가 크게 늘어난다. 통상 평소보다 1.3∼6배 정도까지 증가한다. 하지만 축산업 외에 다른 일을 겸업하는 농가나 소를 키운 지 얼마 안 된 초보 농부들은 이를 알아채기 어렵다. 발정 이후 10시간 내에 교배해야 송아지를 가질 수 있지만 시기를 맞추기 어렵다. 그래서 나온 것이 만보계를 활용한 발정점검기다.

박 씨는 “한번 임신 시기를 놓치면 그 소는 몇 개월 동안 ‘공짜 사료’를 먹게 된다”며 “소의 걸음 수가 달라진 시간과 소의 번호, 시간대별 활동량 그래프까지 서버를 통해 농부의 이메일 계정으로 보내줘 쉽게 교배시기를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농장은 발정점검기 설치비용 3000만 원 중 2100만 원을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축산업뿐만 아니라 과수 농가에서도 이색적인 ICT를 활용하고 있다. 해충을 잡는 데 사용하는 ‘페로몬 트랩’이 대표적이다.

세종시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류종렬 씨의 유종농원에는 3년 전부터 철제로 된 세모통이 설치돼 있다. 그 안에는 다양한 해충을 유인하는 페로몬 물질과 함께 소형 전하결합소자(CCD)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기계가 농장 주위에 모여든 복숭아나방과 복숭아심식나방 등 해충 수를 파악하고 있다가 농약 방제 시기가 되면 류 씨에게 알려준다.

정확한 방제가 가능해지면서 수확량도 늘었다. 2012년 페로몬 트랩을 도입한 이후 류 씨 농가는 1년 만에 1000m²당 복숭아 생산량이 805kg에서 1007kg으로 약 25% 증가했다. 해충 증가에 맞춰 농약을 살포하다 보니 농약 비용도 6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류 씨는 “복숭아 농사의 성패는 병해충 방지에 달려 있다”며 “인근 농가와 함께 적정한 시기에 공동 방제를 하다 보니 효과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주시의 소백산 사과농원은 사과 개화기에 맞춰 온도가 떨어지면 사과 꽃에 안개와 같은 물을 자동으로 분무해주는 ‘미세살수기’를 도입했다. 꽃을 미리 결빙시켜 냉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이는 노지에서 스마트팜을 적용한 사례다. 이 밖에 돼지의 체중을 점검하고 있다가 그 변화에 따라 사료량과 축사 온도를 조절하는 기술도 일선에 보급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팜 지원 예산을 올해 246억 원에서 내년 454억 원으로 대폭 늘려 기술 보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남태헌 농식품부 창조농식품정책관은 “농업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스마트팜을 통한 기계화 및 자동화 농업은 필수”라며 “새로 전입한 귀농 가구에서 농사를 지을 때 겪게 되는 어려움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농부#ict#농사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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