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마무리 이현승 “내가 마지막 투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20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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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현승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특유의 낙천성과 자신감을 앞세워 두산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두산 이현승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특유의 낙천성과 자신감을 앞세워 두산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마음 집중하니 오히려 더 공 좋아져

“정신은 몸을 지배한다.” 멋있는 말이지만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반대로 몸이 정신을 컨트롤하는 경우가 더 많다.

두산 이현승은 우리 나이로 서른셋에 팀의 마무리 투수가 됐다. 관록은 쌓였지만, 투수로 신체적 전성기와는 서서히 멀어지는 시기다. 그러나 그의 직구 구속은 오히려 20대 중반 때보다 더 빨라졌다. 최고 시속 148㎞의 빠른 공을 던진다. 물론 평균 구속은 아니다. 그러나 제구력이 강점이었던 왼손 투수가 150㎞에 가까운 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타자들을 어렵게 한다.

전광판에 찍히는 숫자뿐만이 아니다. 타자들이 느끼는 공의 힘은 훨씬 강해졌다. 특유의 배짱 있는 투구는 타자 몸쪽을 파고든다. 타석에 50홈런 타자 박병호(넥센)가 서있어도 ‘절대 못 친다’는 마음으로 몸쪽 공을 던진다. 두산이 페넌트레이스 3위를 차지한 데도 시즌 중반 마무리를 맡아 18세이브를 기록한 이현승의 힘이 컸다. 방어율 역시 2.89로 준수했다.

선발로 13승을 기록한 2009년보다 더 강력한 공을 던지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현승은 “전력을 다해 한 이닝을 책임지는 마무리투수다. 물론 8회에 등판하는 경우도 있지만, ‘무조건 내가 마지막 투수다’라는 마음으로 집중하니 공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마무리투수는 신체적 능력과 함께 무거운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는 긍정적 성격이 중요하다. 성격이 밝지 못하다면 차라리 극도로 이기적인 편이 마무리투수에 잘 어울린다. 그래야 무서운 늪이 될 수 있는 자책감에서 비롯되는 괴로움을 빨리 잊을 수 있다. 이현승의 얼굴에선 언제나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왼손 중지 부상을 당했을 때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었지만, 그는 “의사가 구부리면 안 된다고 했다. 욕하는 게 절대 아니다”며 오히려 장난을 쳤다.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이현승이 있기에 오늘도 두산 불펜은 활기차다.

마산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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