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냈으면 먹지말라” 물의 서울 충암高, 식재료 횡령해 저질 급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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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 새까매질때까지 재탕 삼탕

서울 충암중고교가 전 이사장 부자(父子)의 주도로 식용유와 쌀 등 식재료를 빼돌리고 허위 장부를 만드는 방식으로 4년간 4억1000여만 원의 급식비를 횡령하고 학생들에게 저질 급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암고는 올해 4월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에게 교감 A 씨가 “돈을 내지 않았으면 급식을 먹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학교.

서울시교육청이 4일 발표한 ‘충암중고교 급식운영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 학교는 수의계약을 한 업체로부터 매일 급식 식재료를 납품받으면서 일부는 창고에 빼돌렸고 이로 인해 결국 납품량보다 적은 양으로 음식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식용유는 10통이 들어오면 4통을 빼돌렸고, 쌀도 납품량의 80%만 조리실에 남기고 숨겼다”는 증언이 나왔다. 시교육청은 “오전에 납품받은 뒤 빼돌린 식재료들은 오후에 냉동탑차가 실어서 가져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렇게 식재료를 빼돌리면서, 급식 조리에 쓰는 식용유는 산패가 될 때까지 수차례 재사용했다. 이에 대해 학교 조리 종사원들은 “식용유가 새까맣게 변할 때까지 몇 차례나 반복해서 튀겼다”고 증언했다. 시교육청은 이 학교가 급식을 위탁운영에서 직영운영으로 바꾼 2011년 9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식재료비와 소모품을 과다 청구하는 방법으로 약 1억5367만 원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또 충암중고는 같은 기간에 조리실에서 각 교실로 급식을 옮기는 업무를 배송 용역업체에 위탁한 것처럼 꾸며 2억5668만 원의 급식비를 더 청구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용역업체에 업무를 맡기지 않고 이 학교 급식실 조리 종사원이 교실까지 급식을 날랐다.

10∼20여 명의 조리 종사원 중에서 요리를 전담하는 이 학교 조리실 직원은 적게는 2명에서 많아야 5명 정도였다. 이 학교는 요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구이보다는 빨리 만들 수 있는 튀김 종류를 중심으로 식단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된 기름의 재사용 빈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 위생 상황이 엉망이다 보니 지난해 서부교육지원청이 평가한 급식위생평가에서 충암중고는 은평 마포 서대문구 관내 학교 가운데 위생점수 최하위를 받았다.

한편 시교육청은 충암고가 식재료를 납품하는 업체 직원을 이 학교 행정직으로 채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해당 직원은 식자재 관련 입찰 및 수의계약을 전담했다.

시교육청은 이홍식 전 충암학원 이사장과 그의 아들인 이태인 충암중고교 행정실장이 횡령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이들과 현 충암중 교장(전 충암고 교장), 용역업체 직원 등 18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현직인 충암중 교장과 행정실장에 대해서는 충암학원 측에 파면도 함께 요구했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시교육청 특별감사에서도 거액의 횡령과 회의록 폐기 등 34건의 부정이 적발되면서 임원 승인이 취소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아들이 두 학교의 행정실장을 맡고, 현 이사장도 자신의 딸이 맡고 있어 학교 행정 전반에 여전히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충암중고 측은 이날 반박자료를 통해 ‘시교육청이 식재료비가 많이 나온 연도와 적게 나온 연도를 비교해 그 차액을 횡령 금액으로 추정해 부풀린 것’이라며 시교육청 감사관과 관계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시교육청 관계자는 “식재료를 빼돌리고 재사용하는 방법으로 급식비를 횡령했다는 사실은 감사 과정에서 증거를 통해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교육청은 급식비리 조사를 서울지역 전체 사립 중고교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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