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7개월 걸려…홍콩 사례서 배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0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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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규명 특별법과 피해구제 특별법이 만들어지는데 각각 7, 9개월이 걸렸습니다. 대형 해양 사고가 일어났을 때에는 무엇보다 빠른 특별조사가 필요합니다.”

홍콩의 법 학술지 ‘홍콩 로 저널’ 최근호에 ‘세월호 사고와 법적 쟁점’이라는 논문을 실은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해상법연구센터장(사진)의 말이다. 해상법 전문가인 그는 한국해양대를 나온 뒤 3만톤급 화물선 선장으로 일하다 1999년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법률사무소 김앤장에서 해사자문역으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홍콩의 해양사고에 대한 대응 시스템을 모범적 사례로 꼽았다. 2012년 홍콩 페리선과 유람선이 충돌해 어린이 8명을 포함해 39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 발생 3주 뒤 독립적인 판사가 특별조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6개월 만에 최종 조사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배가 불과 2분 만에 가라앉은 이유가 핵심이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배의 격벽이 설계대로 건조되지 않았고, 정부도 이를 제대로 검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신속한 조사가 가능했던 것은 홍콩 조사위가 관련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위 증언은 민형사상 증거로 사용되지 않아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도 비교적 솔직하게 증언합니다. 조사위 출석이나 진술을 거부하면 벌금이나 징역형을 내립니다.” 사고의 법적 책임은 조사위와는 별개로 법정에서 다룬다.

그는 신속한 피해자 배상과 보상의 제도화도 강조했다. “대형 해상 사고 때마다 배상과 보상이 늦어져 피해자들이 큰 고통을 받습니다. 해사안전법을 개정해 정부와 관련단체에서 기금을 마련하고, 일정액까지는 치료비와 생활비 등을 사고 직후 지급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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