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그룹 되찾기’ 자금마련에 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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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채권단 매각價 7228억 확정
4000억원대 금호고속 매각 급물살… 주주들 대금 요구땐 자금 분산우려
朴회장측 대출-투자유치 등 고심

금호산업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에게 제시할 금호산업 경영권(지분 50%+1주) 매각 가격을 7228억 원으로 확정했다. 박 회장이 이 가격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 향후 시장의 관심은 박 회장이 어떻게 이 돈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18일 개별 채권금융회사로부터 7228억 원의 매각 희망가격에 대한 찬반 의견을 접수한 결과 채권단의 99.5%(의결권 기준)가 찬성해 최종 희망가격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채권단 중 최대 의결권(14.2%)을 가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동안 입장을 정하지 못하다가 이날 ‘대안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찬성표를 던졌다. 채권단은 이르면 21일 박 회장에게 매각 가격을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박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면 금호산업 매각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박 회장이 7228억 원을 조달할 수 있을지 여부다. 박 회장은 그룹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이 소유한 금호고속 지분 100%를 칸서스파트너스의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칸서스KHB’에 매각해 금호산업 인수자금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는 5월 박 회장이 사모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금호고속을 4150억 원에 사들인 점을 감안해 매각금액을 4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 회장과 칸서스파트너스는 칸서스파트너스의 금호고속 인수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임의적 사전심사’를 요청했고, “기업결합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IB업계에서는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사전 심사를 받은 건 매각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초 금호고속을 매각하면 금호산업 가치가 훼손된다며 반대하던 채권단의 기류도 바뀌는 분위기다. 채권단 관계자는 “7228억 원은 금호고속 가치까지 반영된 가격이므로 박 회장이 금호고속을 팔아도 별문제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회장이 ‘실탄’을 마련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고속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갖게 된다. 박 회장 측은 지배구조의 가장 하단에 있는 금호고속을 팔아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금호고속은 금호터미널이 100% 소유하고 있고 금호터미널 지분은 아시아나항공이 100% 갖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금호산업(30.08%) 외에도 금호석유화학, 산업은행, 국민연금공단 등이 나눠 갖고 있어 이들이 금호고속 매각대금의 분배를 주장할 수 있다.

금호고속 매각대금 약 4000억 원 이외의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박 회장은 보유 자금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IB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양도받을 금호산업 지분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혁 gun@donga.com·장윤정·김준일 기자
#박삼구#금호그룹#자금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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