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위안부 세상에 처음 알린 우에무라 교수를 지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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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 가톨릭대 일어일문학과 4학년
강명석 가톨릭대 일어일문학과 4학년
2014년 8월부터 12월까지 홋카이도 삿포로 호쿠세이가쿠엔(北星學園)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다. 그해 가을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교수는 일본 우익세력의 공격으로 해임당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우에무라 교수는 1991년 8월 11일 아사히신문에 고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였다는 증언을 처음 취재해 세상에 알린 것으로 유명한 전직 신문기자다. 우에무라 교수의 첫 증언 기사로 할머니들은 용기를 갖고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교수 본인은 기사를 쓴 1991년 당시부터 지금까지 일본 우익의 공격을 받고 있다.

우익에 우에무라 교수는 ‘날조 기사를 써서 일본을 국제 망신시킨 매국노’ ‘한국의 앞잡이’ 정도로 인식되는 모양이다. 2014년부터 우익은 갖은 협박을 하며 교수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고등학생인 딸과 다른 가족에게 살해 위협을 하는 등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으로 교수를 공격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과거 일본이 저지른 위안부 문제와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행동이다.

호쿠세이가쿠엔대 내부에서도 우익의 위협으로부터 학생들을 지켜야 한다는 명목으로 교수의 고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외부 압력으로 교수를 갑작스레 해임하는 것은 대학의 자치, 민주주의의 역행이라고 생각한 시민들과 언론, 변호사들이 가세하면서 ‘우에무라 해임’건은 공론화됐다. 일부 지식인들은 ‘마케루나 호쿠세이카이(지지마 북성회)’를 만들어 우에무라 교수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고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들도 교수의 해임 문제를 ‘일본 언론의 위기’라고 지적하고 나서 이를 의식한 대학 측도 섣부르게 교수를 해임시킬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공격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언론과 세상의 관심이 잠잠해진 틈을 타 대학 측은 경비에 드는 비용과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우익의 비겁한 위협에 굴복하려는 뜻을 비치고 있다. 대학 측은 이달 중으로 학내회의를 통해 교수의 해임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우에무라 교수는 일본 위안부 인식 문제의 상징이다. 교수의 해임은 일본 내 양심의 소리가 사회적으로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을 뜻한다. 우에무라 교수는 자신의 기사는 날조가 아니며 부당한 공격에 의한 해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교수는 지난달 14일 서울에서 열린 심포지엄 ‘전쟁과 폭력의 세기의 여성을 생각하다’에 참석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서라도 부당한 공격에는 굴복할 수 없다” “위안부가 날조라는 세력에 맞서 싸울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었다.

우에무라 교수를 지켜야 한다. 이미 가톨릭대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해 학우 917명의 서명을 호쿠세이가쿠엔대 측에 전달하며 교수의 해임 방침 재고를 요청했다. 동아일보 독자들도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기 바란다.

강명석 가톨릭대 일어일문학과 4학년
#위안부#일본#우에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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