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외 전교조’ 지원하려 조례 손보는 진보교육감-野大의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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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성향에 따라 엇갈리는 교육단체 보조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지원 문제를 둘러싸고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내년부터는 법령이나 조례 없이 민간단체에 보조금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외노조인 전교조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하느냐다. 이를 놓고 교육청과 의회가 충돌하는가 하면 전교조 지원을 위해 ‘꼼수’를 동원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17일 본보가 전국의 교직단체 보조금 지원 조례 추진 현황을 확인한 결과 전남을 비롯해 서울 광주 세종 전북 등에서 전교조 지원 방침을 확정했거나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전남도교육청은 최근 관련 조례안에 전교조 지원 근거를 명문화했다. 지원 대상 중에 ‘그 밖에 전남도교육감 소속 교원으로 구성된 단체’라고 명시한 것. 조례안은 다음 달 전남도교육청 심의위원회를 거쳐 11월 초 도의회에 상정된다.

경기도는 의회가 총대를 멨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치백 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에는 ‘그밖에 교육감이 경기교육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을 포함시켰다. 전교조 지원을 기정사실화했다는 분석이다. 조례안은 다음달 6일 임시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 지역들은 교육감이 친(親)전교조 성향으로 분류되고 의회 다수당도 새정치연합인 곳이다.

교육감이 친전교조 성향이어도 새누리당이 의회 다수당인 곳은 상황이 다르다. 부산 인천 충남 충북 경남 제주 등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전교조 지원이 가능하도록 조례안을 마련했으나 시의회는 심의 과정에서 전교조를 제외했다. 제주도의회 오대익 교육의원도 당초 관련 조례를 발의하며 전교조를 지원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으나 15일 본회의에서 삭제된 채 통과됐다.

충남도교육청은 전교조 지원을 제외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조례안을 만들어 다음 달 충남도의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전교조에 지원을 해왔고 학생 관련 전교조 행사에 별도의 행사비를 지원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충남도의회 심의를 그대로 통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충북도의회 김양희 의원(새누리당)은 전교조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교조에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교육부의 입장에 따라 조례안을 상정한 것이지 일부러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도 7월 말 입법예고한 조례안에 전교조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한 부산시의원은 “법외노조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라며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정택 전교조 부산지부 정책실장은 “보조금을 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나 합법 노조로 명시하는 건 문제”라며 반대 의견서를 부산시교육청에 냈다.

15일 경남도의회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진흥에 관한 조례’가 통과됐다. 이 조례는 지원 단체를 명시하지 않았다. 그 대신 문화예술교육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감이 ‘사업 시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록 또는 허가된 법인이나 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은 것이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총이든 전교조든 문화예술교육 관련 사업을 하면 보조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법외노조인 전교조처럼 합법이 아닌 단체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면 각종 단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것”이라며 “교육계의 질서를 위해서도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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