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면접’ 요령까지 학원 가서 배우는 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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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채용제도 바꿔도… ‘취업 사교육’ 풍선효과

“○○○학원은 변경된 삼성 채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지원자분께서 어떤 공모전 이력을 갖고 있는지 소상히 파악해 ‘삼성 창의성 면접’ 대비를 위한 컨설팅을 해드립니다.”(K잡아카데미)

삼성그룹이 취업 사교육 폐단을 줄이겠다며 20년 만에 대졸 신입사원 채용 제도를 손봤지만 학원가의 ‘입사 사교육’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마감된 공채에 예년보다 많은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직무적성검사(GSAT)와 면접을 앞두고 삼성 입사를 위한 사교육 시장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이 스펙 대신 업무역량을 중시하는 채용으로 바꾸자 사교육계가 ‘맞춤형 교육’을 잇달아 내놓아 기업들이 도입한 ‘열린 공채’의 의미가 크게 퇴색되는 모양새다.

삼성은 하반기(7∼12월) 공채부터 ‘직무적합성평가’를 신설해 스펙 대신 자신이 해당 업무를 위해 쌓아온 경험과 준비 과정을 적어 내도록 했다. 아직 지원자들은 자신이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 삼성은 다음 달 18일로 예정된 GSAT를 앞두고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학원가는 취업준비생들의 불안한 심리를 겨냥해 GSAT부터 면접까지 한 번에 대비하는 ‘추석 패키지 특강’까지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일부 학원들은 직무적합성평가 통과 여부를 예측해주는 자체 온라인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자신의 스펙을 입력하면 역대 삼성 합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 분석을 해주고 이에 맞춘 면접 비법을 제시한다.

삼성이 지원자의 창의력과 논리력을 파악하기 위해 신설한 ‘창의성 면접’도 학원에서 가르쳐 주고 있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K잡아카데미는 “지원 회사와 분야에 따라 맞춤형 일대일 컨설팅을 한 뒤 자기소개서 첨삭을 거쳐 ‘삼성 전문 컨설턴트’가 직접 창의성 면접에 대비한 교육을 해준다”고 밝혔다. 가격은 1회 2시간에 25만 원에 달한다.

최근 현대차 역시 토익 점수보다 실제 업무에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영어 면접을 강화한다고 발표했지만 학원들은 ‘현대차 영어 면접 대비반’을 줄지어 개설했다. 포스코도 스펙 대신 창의력과 직무수행 역량을 평가하겠다며 하반기부터 ‘포스코 직무적성검사(PAT)’를 치르기로 했지만 역시나 도입 취지에 역행하는 PAT 대비 사설 수험서들만 출간되고 있다.

기업들은 “사교육은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하지만 ‘대기업들이 채용을 늘리는 올해가 지나면 취직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절박한 공감대 속에 학원가로 발길을 옮기는 취업준비생들은 계속 늘고 있다. H학원에 따르면 7월 1주차 5만8000명이던 취업 준비 온라인 수강생은 3주 만에 2만7000명 늘어 8만5000명이 됐을 정도다. 서울 강남의 한 학원에서 만난 수강생은 “삼성의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할지조차 아직 모르지만 수험생 입장에서 GSAT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채용제도와 전형이 바뀐 게 큰 위로가 안 된다”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황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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