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근대문화의 보고’ 양림동, 도심 관광벨트로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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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선생 기념관’ 15일 개관… 10월말까지 7곳서 각종 문화행사
주말엔 음악회-연극공연 등 다채

광주 남구 양림동은 면적 0.68km², 주민 수는 8792명에 불과한 작은 동네다. 광주천 인근에 자리한 양림동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700m 거리로 지척이다.

양림동은 100년 전 자연 마을에 선교사들이 터를 잡으면서 근대문화가 형성됐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예술가들은 양림동에 둥지를 틀고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근대문화의 보고’ 양림동이 문화전당과 연계한 도심 관광벨트로 발전하고 있다.

○ 근현대 문화가 꽃 핀다

‘광주의 어머니’ ‘민주화의 대모’로 잘 알려진 소심당(素心堂) 고 조아라 선생을 기리는 기념관이 15일 광주 남구 양림동에 개관한다. 기념관은 2층 건물로 면적은 341m²다. 기념관 1층은 전시관, 2층은 강당과 전시관으로 이뤄져 있다. 조 선생은 1912년 3월 28일 조형률 장로와 김성은 여사 사이에 3남 3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양림동에 있는 수피아여고를 다니던 1936년에 신사 참배와 창씨개명을 거부해 옥고를 치렀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기간에 시민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하며 구속자 부상자를 돌봤다.

조 선생은 여고를 졸업한 후 수피아여중 교사로 재직했다. 2003년 소천하기 전 10여 년 동안 양림동에 살았고, 기념관은 조 선생과 인연이 있는 양림동에 지어졌다. 평생을 여성운동, 민주·인권운동에 헌신하고 소외받는 계층을 대변한 여성 운동가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양림동은 다형 김현승 시인, 이수복 시인, 소설가 조소혜 등 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곳이다. 현재 양림동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도 많다.

화가 한희원 씨(60)는 올 7월 양림동에 미술관을 개관했다. 미술관은 50년 가까이 된 오래된 가옥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미술관은 전시실과 작은 사무실, 무인 카페 등으로 구성됐다.

양림동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호랑가시나무’에는 예술가 5명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최승효 가옥의 주인이자 화백인 최인준 씨도 이곳에서 설치미술 활동을 하고 있다. 최 씨는 “양림동으로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예술 인프라가 더 조성된다면 문화예술의 꽃이 활짝 필 것”이라고 말했다.

○ 100년 역사가 오롯한 동네

양림동에는 100년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는 광주시 지정문화재 6점, 문화재청 지정문화재 3점이 있다.

광주시는 다음 달 31일까지 지정문화재인 오웬기념각, 우일선 사택, 수피아홀, 원스브로우홀 등 선교유적과 최승효 이장우 가옥 등 7곳에서 각종 문화행사를 연다.

오웬기념각은 선교사로 활동하다 순교한 오웬 의사(목사)를 기념해 1914년에 지은 건물이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1920년대 미국인 선교사 우일선이 지은 벽돌집. 이장우 가옥은 1899년 정병호가 지은 상류층 가옥이다. 최승효 가옥은 독립운동가 최상현이 1920년에 건축한 고택이다.

이곳에서는 주말에 클래식 음악회, 시민극단 연극 공연, 영화 상영, 대중가수 초청 음악회, 인문학 축제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오웬기념각에서는 20일 한국 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을 기리는 특별전이, 다음 달 10일에는 연극공연이 각각 열린다. 광주시는 이장우 가옥을 상시 개방하고 있다.

김경숙 광주 남구 문화관광 과장은 “주말이면 양림미술관 등에 문화 탐방을 오는 사람이 300∼400명으로 늘었다”며 “양림동이 문화전당과 연계된 문화관광 상품으로 발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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