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사 명장면]협정 50년… 풀지 못한 ‘과거사 청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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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
한일병합 등 ‘이미 무효’ 해석 이견… 강제징용 배상문제도 서로 다른 말

1965년 한일협정은 과거사 청산을 숙제로 남겼다. 경제적 안보적 이익을 우선시하다 보니 역사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과거사 갈등’은 한국과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로 만들고 있다.

한일협정은 2조에서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처음부터 무효”로 해석해 을사조약과 한일병합조약 자체가 불법이라고 보지만 일본은 한일병합 당시에는 합법인데 “패전 이후 무효가 됐다”고 주장한다.

‘이미(already)’라는 한 단어를 일본의 요구대로 삽입하면서 각자 해석할 여지를 둔 것은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일본군 위안부의 위법성을 부인하는 근거가 됐다. 우리 정부는 1995년 10월 2조에 대한 해석 변경을 공식 요구했지만 일본은 전혀 응하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국은 “국제법상 인도에 반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있다. 한일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한일협정으로 끝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4월부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8차례 만났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위안부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도 남아 있다. 2005년 공개된 한일협정 문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생존자와 사망자, 부상자 등 103만2684명에 대해 3억6400만 달러를 요구해 일본으로부터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를 받았다.

강제징용 문제는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는 정부의 입장과 달리 대법원은 지난해 5월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를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이미 해결된 문제가 재론되는 것을 두고 피로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독도는 우리 땅’ 싸움도 계속되고 있다. 13년 8개월간 한일회담 내내 일본은 끈질기게 독도 문제를 의제로 만들고자 했다. 한국은 의제 자체로 거론하는 것을 반대했다.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라는 일본의 요구를 피하고 독도를 미해결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작전이었지만 분쟁의 불씨를 남겨 둔 파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한일협정#과거사#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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