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배의 神品名詩]금동반가사유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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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반가사유상
금동반가사유상
금동반가사유상 ―김종길(1926∼)
왼쪽 무릎 위에 발목을 얹은
수평으로 접은 오른쪽 다리,
왼손은 그 발목을 감싸고 있다.

허벅지에 고인 팔꿈치 위에 피어난
연꽃인가.
볼에 닿을 듯 말 듯 살짝 꼬부린
오른손 세 손가락

천 몇백 년 동안,
그 자태 그대로 흐트림 없이
무엇을 그리도 골똘히 생각하는가.

인간의 업고여, 생로병사여,
그러나 그것들로부터는 아득히 벗어난
오히려 앳되고 예쁜 젊은 그 얼굴!


하늘도 눈을 감았는가. 햇빛 바람 맑고 고와 휴양지로 이름난 지중해 연안 터키 보드룸 바닷가 모래밭에 파도에 밀려와 엎드려 있는 세 살배기 알란 쿠르디의 사진 한 장에 지금 세계가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왜, 어디로? 알지도 못하고 갈 곳도 없이 조국 시리아를 등지고 아빠, 엄마, 형아의 손을 잡고 배에 올랐던 고 어리고 예쁜 아이를 누가 저 모래밭에 얼굴을 묻게 하였는가.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65년 전 우리도 한 핏줄 형제끼리 벌인 난리 통에 빨간 티셔츠 푸른 바지가 아닌 누더기를 걸치고 거리에서 배고픔에 쓰러져 가던 아들딸들이 한둘이었던가.

생로병사…, 그 물음을 풀기 위해 명상을 했던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을 본떴으리라는 ‘금동반가사유상’(국보 제83호)은 삼국시대 후기에 태어나셨다는데 그토록 오래 생각의 깊은 우물을 길어왔으면 이제 한마디쯤 아무 죄도 없는 목숨들이 전쟁이란 이름으로 당하는 떼죽음은 끝낼 때라고 답을 주실 일이다.

올해 구순을 맞는 노시인은 여섯 해 전 그 어여쁨에 반하여 “인간의 업고여, 생로병사여/그러나 그것들로부터는 아득히 벗어난/오히려 앳되고 예쁜 젊은 그 얼굴!”이라고 살뜰히 보듬는다. 그러나 부처님! 당신만 번뇌와 고통의 그늘을 지우고 진흙 밭에 피어난 연꽃처럼 밝고 환하기만 하면 “제발 아빠 죽지 말아요!” 쿠르디의 마지막 절규는 누가 들어주고 난바다 헤매다 떠밀리는 생명들은 누가 돌보나요?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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