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박원순 “마곡을 융합R&D 용광로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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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마르쿠 소타라우타 핀란드 탐페레대 교수가 8일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마곡 융합 R&D산업단지’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마르쿠 소타라우타 핀란드 탐페레대 교수가 8일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마곡 융합 R&D산업단지’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기업 유치와 인프라 조성이 전부가 아니다. 그 속에서 일할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문화를 갖춰야 진정한 융합 연구개발(R&D) 도시가 될 수 있다.”

마르쿠 소타라우타 핀란드 탐페레대 교수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강서구 마곡지구 개발과 관련해 이렇게 조언했다. 소타라우타 교수는 핀란드와 스웨덴 영국 독일 등 유럽 여러 나라의 도시산업단지 조성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이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다. ‘마곡 융합 R&D 산업단지 미래 발전 방향과 전략’을 주제로 9일 서울시청에서 열리는 국제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찾은 그는 8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대담을 나눴다.

이날 오후 3시 반부터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 대담에서 박 시장은 “차세대 혁신 기술인 정보통신(IT)·생명공학(BT)·신재생에너지(GT)를 융합해 새로운 첨단 기술을 가진 도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마곡지구 개발의 청사진을 밝혔다. 마곡지구는 서울 서남권의 마지막 남은 대규모 개발 대상지다. 서울시 전체를 놓고 봐도 얼마 남지 않은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이곳에 자족 기능을 갖춘 미래 지식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의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소타라우타 교수는 인간 중심의 R&D 산업단지 조성을 강조했다. “세계 각지에 과학도시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기업 유치와 인프라 조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사람 중심의 다양한 문화가 있는 도시야말로 융합 R&D 도시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 이것이 곧 도시 전체의 활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도 “R&D 중심의 융합 도시라고는 하지만 기술자나 연구자들만 모여서는 안 된다”며 “대기업과 소기업,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이 함께하며 융복합이 가능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성공도 이런 다양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공감했다.

박 시장은 마곡이 ‘자족적 클러스터’라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히 R&D 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업무와 주거, 여가, 편의시설 등 하나의 생활권에서 모든 기능을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마이스(MICE·회의, 포상 관광, 컨벤션, 전시박람회 및 이벤트) 단지 유치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마곡의 중심부를 호텔과 쇼핑센터, 마이스 시설이 들어서는 특별계획구역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들과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구상 중인 마이스 단지 규모는 전체 입주 건물의 3∼5% 정도. 서울시가 코엑스∼한전 터∼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추진하고 있는 ‘국제 교류 복합지구’의 축소판이다.

소타라우타 교수는 한국과 핀란드를 비교하며 마곡의 비전을 제시했다. “한국과 핀란드 모두 빠른 속도로 선진국을 따라잡았지만 핀란드는 더 이상 선진국의 아이디어를 복사해서 가져올 수 없게 되자 곧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마곡을 중심으로 대학과 기업이 모여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실험과 실패를 통해 성공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조영달 dalsarang@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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