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희망등록 연령제한, 만16세로 낮추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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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빈 씨(19)는 고등학생 때인 2013년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의 장기기증 희망등록 신청서를 지하철역 등에서 나눠주는 자원봉사를 했다. 그런데 정작 봉사자인 그가 신청하는 건 쉽지 않았다. 부모를 설득해 동의 서명을 하도록 했고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떼 함께 제출해야 했기 때문. 이 씨는 “어른들은 바로 써서 내면 되는 그만인 희망등록 신청을 하는 데,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이틀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희망등록은 장기기증에 대한 의사만 밝히는 것으로 법적구속력이 없다. 실제로 사망이나 뇌사 등 기증 상황이 발생하면 가족 등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의 경우 등록신청서만 작성하면 된다. 하지만 만 19세 미만일 경우 현 보건복지부의 ‘장기 등 기증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조 1항에 따라 부모 등 법정 대리인의 동의 서명과 법정 대리인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신청서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는 2일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대한 연령 제한을 현재 만 19세에서 만 16세로 하향 조정하자”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만 16세 이상 미성년자는 성인처럼 등록신청서만으로 희망 등록을 가능하게 하자는 것.

만 16세는 현재 본인의 의사로 헌혈이 가능한 최소 연령을 기준으로 했다. 박진탁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실제로 바늘을 꽂아 피를 뽑는 헌혈도 만 16세면 자의로 가능하다”며 “법적구속력이 없는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만 19세가 될 때까지 본인 의사로 할 수 없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본부 측은 연령 제한이 완화되면 약 36만 명의 고등학생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미국은 만 13세 이상, 일본은 만 15세, 호주는 만 16세 이상이면 본인의 의사만으로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 사람의 비율은 2014년 말 기준 2.26%로 미국(48%), 영국(31%)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에서 각막을 수입하고 불법적인 경로에 의해 장기를 구하는 일 등이 의료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박 이사장은 “연령 제한이 완화되면 장기기증 수치가 많아지는 것보단 학생들에게 생명 존중의 정신을 가르쳐준다는 교육적 의미가 더욱 크다”며 “추후 장기기증 문화가 활성화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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