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Together]아이들에게 꿈과 희망 키워주는 소중한 젖줄 ‘작은도서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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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도시 주거밀집 지역에 44개관 설립
농산어촌엔 ‘학교마을 도서관’ 운영
“인력 장서 운영비 등 지원 절실”

19일 오후 3시 반. 김미혜 동화작가와 초등학교 4∼6학년생이 경기 부천시 고강동의 ‘고맙습니다 도란도란 작은도서관’에서 ‘고리송이·고리산이 창작교실’을 진행하고 있었다. 메르스 사태로 수업이 두 번이나 무산된 탓인지 아이들의 집중도가 매우 높았다.

김 작가와 아이들은 이날 지역의 유래와 역사적 인물을 시로 표현한 남호석 시인의 동시를 함께 읽으면서 우리 동네의 역사와 인물을 어떻게 시로 표현할 수 있을지 얘기를 나눴다. 이어 아이들이 직접 시를 쓰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기도 마을공동체 작은도서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이 창작교실은 김 작가가 동화 쓰는 법과 주제 정하기 등을 알려주고 아이들이 고강동의 수호신 캐릭터인 고리송이와 고리산이를 등장시켜 자신만의 동화를 쓰도록 하는 것. 올 11월 말에 아이들의 동화를 모아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고리송이와 고리산이는 지난해 마을 주민들이 만든 마을 캐릭터로 봉황과 현무가 원형이다.

김민서 양(고강초 5년)은 “처음에 신청할 때는 힘들 것 같았는데, 직접 해보니 이야기 만드는 것이 재미있고 의외로 쉬웠다” 며 “글을 쓸 때 작가 선생님의 지도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도란도란…’은 김포공항 인근의 부천시 고강동 종합사회복지관에 들어있다. 2002년 개관할 때 전체 면적이 49.5m²(약15평)로 매우 협소해서 늘어나는 책을 감당할 수 없었고 프로그램 진행은 엄두도 못냈다. 매년 시에 확장 신청을 했으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계속 미뤄졌다. 2008년 부천시립도서관은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과 국민은행이 진행하는 ‘고맙습니다 작은 도서관’ 프로젝트를 연결시켜줬다. ‘도란도란…’이 위탁돼 있는 고강종합사회복지관이 리모델링 실무를 맡고 국민은행이 자금을 후원해 3배 넓어진 148.5m²(약45평)의 넓은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이름도 어린이 도서관에서 현재처럼 바뀌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윤정애 사서는 “리모델링 후에도 매년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과 국민은행이 신간 도서와 방학 때 좋은 프로그램을 지원해줘서 도서관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며 “항공기 소음지역으로 문화시설이 많지 않았는데 도서관이 쾌적해지자 어른들의 발걸음도 잦아져 요즘 이용자가 하루 80∼9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2008년 시작한 고맙습니다 작은도서관 프로젝트는 문화혜택이 부족한 주거밀집 지역에 도서관을 만들어 새로운 문화공간과 독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년 1개 관을 신축하고 5개 관을 리모델링해 현재 44개 관(표 참조)이 운영 중이다.

KB국민은행 최미경 사회협력부장은 “작은도서관이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키우고 지역주민에게 소통을 제공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도시 지역에 작은도서관이 있다면 농산어촌 지역에는 초등학교 도서관을 개방해 지역 주민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학교마을 도서관’이 있다.

지난달 29일 개관한 전남 순창 동계초등학교 학교마을도서관까지 전국 252곳에서 운영되고 있고 7월 중순엔 전남 완도에 학생 30여 명인 신지동초등학교에 개관할 예정이다.

학교마을도서관의 경우 리모델링해주면서 2000∼3000권의 책(어린이 도서 70%, 성인 도서 30%)를 지원하고 학교장과 주민이 공동 대표를 맡아 운영한다.

학교마을도서관 운영에 힘을 쏟는 곳은 강원 강릉시. 2006년 왕산초등학교에 처음 개설했고 2007년 시와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업무협약을 맺은 이후 현재까지 시에서 운영 지원을 해주고 있다. 강릉 강동초등학교의 학교마을도서관은 최근 5, 6학년 고학년 학생들이 1, 2학년생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형님이 들려주는 동화구연’을 매주 2회 운영하고 있다.

강동초 관계자는 “처음엔 부모님과 선생님이 읽어줬는데 저학년 학생들이 고학년 학생들이 읽어주는 것을 더 좋아 해서 바꿨다”며 “또 6월초부터 한 달간 책 관련 미션을 3가지 씩 주고 이를 수행하면 선물을 주는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은 책 읽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 학교마을도서관 프로젝트에 지자체의 지원이 결합한 결과물이다.

이 밖에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2002년부터 위탁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의 13개 도서관은 2만∼3만 권의 장서를 구비하고 상호 책을 빌려주는 시스템으로 장서 부족을 해소하고 있다. 매년 책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올해는 ‘책 읽는 강남, 책 권하는 강남’을 표어로 지역 주민에게 책을 권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등 지역도서관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변현주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사무국장은 “전국에 5000개가 넘는 공·사립 작은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으나 인력 장서 운영비 부족으로 상당수가 운영에 애로를 겪고 있다”며 “공공도서관이 부족한 현실에서 접근성과 친근함 편리함이 높은 작은 도서관이 제 역할을 하도록 운영을 지원하는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책 실은 버스 타고 전국 방방곡곡 누비고 싶어” ▼

김수연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대표


“죽는 순간까지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책 읽기 캠페인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평소 유쾌하고 호탕한 김수연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대표(69·사진)는 책 얘기만 나오면 굳은 결의를 내비친다.

30여 년 동안 300여 개의 작은도서관과 학교마을도서관을 만들에 왔는데도 여전히 성에 차지 않은 듯 하다.

그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달 들어서만 전북 진안 익산, 전남 완도 보성 고흥, 경기 안양, 대구 등 전국을 누볐다.

올봄에 산 차량이 벌써 3만 km를 뛰었다. 작은 도서관을 어디에 만들면 좋을지 살피고, 지방자치단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책 관련 강연하고…. 한달 중 3주 정도는 서울 집 대신 지방을 돌아다닌다.

“리모델링이나 신축 때 현장을 꼼꼼히 직접 챙겨야 직성이 풀려요. 책장 재료도 톱밥 뭉친 MDF 같은 거 쓰면 안돼요. 좀 비싸도 책의 품위에 맞게 원목을 써야 책 꽂아두고 읽을 맛이 나고 오래 가요.”

그래도 그는 일주일에 책 두 권 읽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기도 하고 그가 담임목사로 있는 한길교회에서 주일에 설교할 원재료를 찾는 것이기도 하다.

“남한테만 책 읽으라고 하면 되나요. 아무리 바빠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

그는 요즘 사회적 기업 메비디앙과 함께 작은도서관 기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기부캠페인에 참여하는 병원을 이용하면 이용자는 할인혜택을 받고 병원에서는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형태다. 최근 서울시 희망광고에 선정돼 하반기부터 적극 홍보를 할 수 있어 참여자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서관이 법에 의해 기부금품을 받을 수 있고 연말 세금 공제도 되는데 아직까진 도서관을 기부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미국 등에는 기부자의 이름을 내건 도서관이 많잖아요.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아 곳곳에 작은도서관을 세우는 게 좋은데 도서관 기부가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에게 최근 소망이 하나 더 생겼다. 2005∼2010년 네이버 후원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았던 ‘책 버스’다. 버스에 서가와 책을 싣고 다니며 어린이에겐 책도 읽어주고 주민에게 책을 빌려줬다. 지역 축제도 빼놓지 않고 찾아가 나눠준 포켓북이 수만 권이 된다.

“최북단인 강원 고성에서 최남단 마라도까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책 읽는 풍토를 만들고 싶어요. 주위에선 고된 일이라고 만류하는데 저는 길에서 죽더라도 사람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전국 어디에서나 보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소망입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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