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사람들의 편견, 노력·실력으로 극복…명실공히 최고의 셰프 반열에 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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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셰프/마르쿠스 사무엘손, 베로니카 체임버스 지음·이혜경 옮김/556쪽·1만4800원·니케북스

요즘 한국을 점령한 ‘먹방’과 스타 셰프 열풍은 외국에서 온 것이다. 제이미 올리버, 고든 램지 같은 유명 셰프와 그들이 출연한 방송이 한국 음식 프로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해외의 그 수많은 스타 셰프 중에 흑인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명확한 이유는 없지만 고급 식당일수록 흑인에게 배타적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 마르쿠스 사무엘손은 독보적이다.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난 그는 갓난아기일 무렵 어머니를 결핵으로 잃고 고아가 된 뒤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스웨덴에서 요리를 시작해 스위스와 프랑스 등을 거쳐 미국 뉴욕에 정착했다.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그는 사람들의 편견을 실력과 노력으로 극복하며 마침내는 백악관 초빙 셰프가 돼 국빈 만찬을 주관하고, TV 요리쇼에서 우승하며 명실상부 최고의 셰프 반열에 올랐다.

책은 할머니의 닭고기 수프를 즐겨 먹던 어린 시절부터 폭언이 난무하는 젊은 시절의 주방 뒷얘기, 성공을 일군 뒤 다시 에티오피아로 돌아가 경험했던 고향의 음식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담아낸다. 특히 젊은 시절 하룻밤 상대와 ‘사고’를 쳐 딸을 얻었다던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6개월 동안 쉬지 않고 일했다던가, 누군가는 욕할 만한 에피소드도 가감 없이 풀어놓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덕분에 그가 살면서 얻어낸 교훈은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하는 음식 묘사만큼이나 긴 여운을 남긴다. “내 영혼을 걸고서 믿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누군가의 한계를 추측하려 들지 말라는 말이다.” “나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에게 너무나 다양하게 분류된다. …(하지만) 내게 그런 딱지는 내가 걸어온 여정만큼 중요하지 않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예스#셰프#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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