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해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가능성 높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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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없이 해산물 채취 모습 희귀”… 2016년 심의후 등재여부 결정
성공땐 ‘영등굿’ 이어 제주서 2번째

제주 해녀와 관련된 노래 가운데 ‘칠성판(관의 바닥에 깔거나 시신 위를 덮는 얇은 나무 판)을 지고 바다로 뛰어든다’는 내용이 있다.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가 자신의 호흡에만 의지한 채 소라, 전복 등을 채취하는 물질이 위험하고 고단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생사를 넘나드는 해녀를 생계로 삼겠다는 이들이 드물어 머지않아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점차 사라져 가는 해녀문화를 지키기 위해 정부와 제주도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하 무형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는 당초 올해 제주해녀문화를 무형유산으로 등재할 계획이었으나 등재신청서 보완 작업 등으로 내년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고 25일 밝혔다. 등재 지연은 무형유산 등재 신청이 대량으로 접수되면서 유네스코 측에서 등재 심의에 한계를 보인 점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한때 일본에서도 해녀인 ‘아마’의 등재를 추진했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녀의 언어, 신앙, 공동체 등 고유한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 해녀들이 해산물 채취를 위해 바다로 향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해녀의 언어, 신앙, 공동체 등 고유한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 해녀들이 해산물 채취를 위해 바다로 향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유네스코 등재로 해녀문화 세계화

제주도는 해녀문화가 사회적 약자, 양성평등, 자연과의 조화, 사회공헌 등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주요 키워드를 모두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원정책, 보전 의지 등도 상당히 높아 심의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장 실사 없이 서류 및 영상 심의만으로 내년 하반기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유네스코 등재에 앞서 제주에서는 해녀문화를 보전하고 되살리기 위해 해마다 해녀축제를 열었다. 해녀박물관을 건립하고 해녀문화 보존·전승에 관한 조례 제정, 국제학술대회 개최, 해녀문화 자료집 발간 등으로 해녀문화 세계화 추진에 힘써 왔다. 문화재청은 2013년 12월 해녀문화를 유네스코 등재신청 한국 대표종목으로 선정했으며 등재신청서 작성과 보완작업 등을 거쳐 올 3월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을 했다.

그동안 종묘제례, 강릉단오제, 아리랑, 김장문화, 농악 등 한국 고유문화 17건이 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내년에 해녀문화가 등재에 성공하면 제주에서는 2009년 등재된 ‘칠머리당 영등굿’에 이어 두 번째이다. 해녀가 무형유산이 되면 해녀문화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해녀를 포함한 제주 여성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지난해 말 현재 세계적으로 314건의 무형유산이 등재됐다.

○ 독특한 해녀문화 보전 시급

기계장비 없이 바닷속에서 숨을 참고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는 제주와 일본 일부 지역에만 있을 정도로 희귀하다. 특히 초인적인 잠수 능력을 비롯해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와 무속신앙, 노동과 함께 만들어진 노래, 공동체 생활에서 이뤄진 조직 등의 제주 해녀문화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해녀는 한때 중국 칭다오(靑島),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등지로 나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출가 어업으로 지역경제를 지탱하기도 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대대적인 항일운동의 주역이었다.

해녀는 1965년 2만3000여 명까지 이르렀다가 산업화, 관광개발 등으로 1975년에는 8400여 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해 말 현재 잠수어업인(남자 6명 포함)은 제주시 2485명, 서귀포시 1930명 등 모두 4415명이다. 신규 해녀가 드물어 고령화가 심각하다. 70∼79세 30.9%, 80세 이상 29.0%로 70세 이상이 전체의 59.9%를 차지한다. 제주도 해녀박물관 김동호 관장은 “해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는 늦은 감이 있다고 평가할 정도로 국내외 관계자들이 등재를 확신하고 있다. 해녀 고령화를 극복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서귀포시 법환, 제주시 한림 등지 해녀학교에 등록하려는 젊은이가 많은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해녀#유네스코#무형문화유산#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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