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만날 힘도 없어”…아이스하키 대표팀, 평창 프로젝트 돌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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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은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홀해졌다고 하소연이다. 태릉선수촌에서 출퇴근을 하는 선수들이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만나러 나갈 힘이 없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지난달 18일부터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약 4000만 원을 들여 프로 트레이닝으로 유명한 미국 엑소스(EXOS)의 트레이너를 불러왔다. 9주간의 프로그램으로 아이스하키에 필요한 근력과 체력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기술과 체격이 월등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맞붙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력이 필수라는 것이 백지선 대표팀 감독의 생각이다.

그 동안 대표팀의 빙판 밖의 훈련은 주먹구구식이었다. 한 선수는 “지난해까지는 그냥 무조건 많이 뛰고, 많은 무게를 들어올리는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다른 종목 선수들 사이에서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훈련 강도가 레슬링 등에 뒤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며 흐뭇해했다.

24일 선수촌에서 만난 선수들은 훈련 시작 20분 만에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힘든 탓에 훈련 중 웃거나 대화하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훈련 초반에는 선수들이 힘든 훈련에 먹은 것을 토하는 경우도 많았다. 수비수 이돈구(안양 한라)는 “훈련을 마치고 집에 가면 너무 힘들어 밖으로 나가지도 않는다. 하루 쉬는 일요일에도 다음날 시작되는 훈련을 고려해 집에서 쉬는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 선수는 “이제 친구들이 모일 때 어차피 내가 나오지 못할 거라 생각해 연락을 하지 않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달라진 체력과 근력에 선수들은 만족하는 분위기다. 신상훈(안양 한라)은 “체지방이 줄은 반면 체중은 2~3kg 정도 늘었다. 근육이 많이 붙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아이스하키에 특화된 훈련으로 선수들의 슈팅이 많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한편 본격적인 2018 평창 프로젝트에 돌입한 대표팀은 올해 오스트리아 등 유럽 아이스하키 강국들과 평가전을 가질 예정이다. 소속팀에서 뛰는 대신 대표팀에서 1년 내내 경기와 훈련을 소화하는 상시 대표팀 체제로의 전환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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