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한국투자자만 몰리는 ‘우물안 크라우드펀딩’ 피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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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창업자들이 활용하는 자금 동원 방법 중 하나가 크라우드펀딩이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인터넷 기반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서 소액의 자금을 십시일반으로 투자받는 방식이다. 창업자들이 인터넷에 자신의 자금 조달 목적 및 사연, 구상하는 사업에 대한 계획서를 작성해 올리면 투자자들이 이 사업계획서를 보고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에 원하는 만큼 자금을 댄다.

지난 한 해 동안 16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1200개 이상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조달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은 개인 간 소액 거래, 이른바 P2P(peer to peer) 금융이었다.

그런데 인터넷 기반으로 이뤄지는 대출과 투자 과정에도 과연 직접 대면을 통한 대출과 투자처럼 ‘문화적 차이’와 ‘물리적 거리’가 중요한 변수가 될까?

고든 버치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 등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최근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Kiva.org’라는 비영리 P2P 사이트에서 2005∼2010년에 이뤄진 300만 건 이상의 개인 간 소액 대출 거래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물리적인 거리와 문화적인 차이 모두 대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즉, 대출을 해준 사람과 받은 사람의 거주 국가 간 문화적 차이와 물리적 거리가 크고 멀수록 대출 성공 확률이 줄어들었다. 또한 두 변수 간에는 대체효과가 나타났는데 물리적 거리가 먼 경우에는 문화적 차이가 대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대출자와 투자자 간의 문화적 차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신뢰 형성을 어렵게 한다는 분석이다.

물리적 거리, 문화적 차이가 전혀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 인터넷 기반 크라우드펀딩에서도 여전히 두 변수는 중요하다는 게 입증됐다. 따라서 보다 많은 이들에게 균등하게 자금 조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 메커니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는 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자신과 유사한 창업자를 찾을 수 있도록 플랫폼 디자인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윤 고려대 경영대 교수 jymoo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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