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서 돈 못 빌리는 저신용자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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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서민금융 지원방안’ 영향은

정부가 현재 34.9%인 대부업법상 최고금리를 29.9%로 5%포인트 낮추기로 하면서 대출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1000만 원을 대부업체에서 빌려 최고금리를 적용받는 고객이라면 이자비용이 앞으로 연간 50만 원 감소하는 셈이다. 하지만 대부업체들은 “불법 사채시장만 키우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는 “대형 대부업체들의 평균 대출원가가 최근 2년 동안 4.35%포인트 감소한 반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대부업계의 금리 인하 여력이 생겼다고 판단한 근거다. 그동안 정부는 대부업체 및 저축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대출 금리를 내려줄 것을 기대해 왔지만 이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이번에 설정된 새로운 최고금리는 관련 법령의 국회 통과와 공포를 거쳐 빠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시행된다. 야당도 인하폭에 차이가 있을 뿐 최고금리 인하라는 정책 방향에는 찬성하고 있어 국회통과는 비교적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 시행일 기준으로 신규·갱신하는 계약부터 적용되며 금리가 30%를 넘는 기존 계약은 만기까지 유효하다.

대부업 상한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자들은 그만큼 이자 부담을 덜어 혜택을 보지만 그에 상응하는 여러 부작용도 발생한다. 우선 신용도가 매우 낮은 저(低)신용자들은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 사채시장으로 떠밀릴 수 있다. 금융위 측은 “과거 최고금리 인하 사례를 봤을 때 9·10등급 대출자 중 8만∼30만 명이 대부업체 이용을 거절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원가절감 여력이 없는 영세 대부업체들도 500∼1500곳가량이 폐업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업 상한금리는 대부업법이 처음 제정된 2002년 66%였지만 2007년 49%, 2011년 39% 등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최고이자율이 낮아지면서 등록 대부업체의 수도 지난해 기준 약 8800곳으로 5년 만에 5000곳 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대부업계의 경영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대출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지 않게 하면서 최대치로 낮출 수 있는 상한금리가 5%포인트였다”며 “대부업체들이 광고비 지출을 줄인다면 금리를 충분히 낮출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부업계 관계자는 “이번 상한금리 인하로 대부업계는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됐고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도 사채시장에 빠지면서 불법 고리대금업자들에게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홍 단국대 교수는 “당국은 저신용자들이 불법 대출의 늪에 빠지지 않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게 선행되지 않으면 이번 정부 정책은 사채시장만 키우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부업 최고금리와 함께 영세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율도 낮추기로 방침을 정했다. 현재 연 매출 3억 원 이하의 자영업자들은 1.5∼2.0%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정부는 그간 기준금리 인하 등의 요인을 반영해 올해 말 이를 낮출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서민금융 지원 정책을 총괄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을 조속히 설립해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서민금융 관련 조직과 정보를 한데 묶어 수요자별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야당은 대출과 채무조정 등 다양한 기능이 동시에 뒤섞이게 되면 업무상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진흥원의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백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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