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자연계 약자들이 인간에 주는 메시지 “반드시 강자를 흉내 낼 필요는 없다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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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오근영 옮김/216쪽·1만2000원·이마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강자만 살아남는다고 하지만 약자 없인 강자가 존재할 수 없다. 다수의 약자는 숨죽이고 살아가고 있을 뿐.

강자에 대응하는 약자의 처지를 저자는 의자 뺏기 놀이에 비유한다. 의자의 수는 한정됐는데 여기에 앉으려는 생물은 수없이 많다. 여기서 이기려면 약자는 남보다 먼저 변화에 적응하고 틈새를 노려야 한다. 꽃은 꽃가루를 먹는 천적인 곤충을 이겨내기 위해 꿀을 만들어 곤충에게 주고 그 대신 꽃가루를 옮기도록 했다. 고슴도치는 사바나에 살면서 밤에 활동하고 땅속 지렁이를 먹는다는 틈새를 찾았다.

인간과 개의 관계는 약자에겐 경쟁보다 공존이 더 우수한 전략임을 보여준다. 예전엔 인간의 필요에 의해 늑대를 잡아다가 길들였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하지만 최근 늑대가 먼저 인간에게 접근해 개가 됐다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서열이 강력한 늑대 무리에서 먹이를 충분히 먹지 못하는 약한 늑대가 인간이 남긴 음식 찌꺼기를 먹기 시작했다. 늑대는 인간 집단으로 다가오는 외부 침입자의 낌새를 먼저 알아차리고 신호를 보냈다. 찌꺼기를 남기는 인간이 다치지 않도록 한 것인데 물론 인간에게도 이로운 일이었다. 또 같이 사냥을 하며 신뢰를 키웠다. 이런 공생 과정을 통해 늑대가 개로 변신했다. 약한 늑대가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책을 찾은 것이다.

약한 생물들의 생존 전략을 통해 인간이 배울 점이 있다면 늘 경쟁의 꼭대기를 차지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는 반드시 강자를 흉내 낼 필요가 없고 자기 나름의 요령과 비법을 터득하는 약자가 오히려 오래 살아남는다고 강조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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