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에서 반대하면 原電마다 폐쇄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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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1호기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그동안 고리 1호기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문제가 없다며 수명 연장을 추진했으나 지역의 반대 여론과 정치권의 압력에 눌려 정부가 백기를 든 것이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2008년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2017년 6월까지 수명이 10년 연장됐다. 한수원은 이번에 10년 더 연장하려 했으나 환경단체들과 부산 울산 등 인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에 부닥쳤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불안을 증폭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한수원이 작년 7월부터 10개월간 안전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고리 1호기는 158개 평가기준을 모두 충족시켰다. 2027년까지 수명을 재연장하면 최대 2688억 원의 경제적 이득도 예상된다. 이런 객관적 분석과 평가를 제쳐 놓고 지역 반대에 떠밀려 포퓰리즘적인 결정이 내려진 것은 유감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은 고리 1호기에 한정되는 것”이라고 했지만 원전 수명 연장은 한 차례만 한다는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리 2호기는 2023년, 고리 3호기는 2024년, 고리 4호기와 영광 한빛 1호기는 2025년에 수명이 종료되는데 정부가 이들 원전의 수명 연장을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계수명이 만료된 전 세계 원전 122기 중 폐로된 것은 7기(6%)뿐이고 나머지는 계속운전을 선택했다. 가동 중인 전 세계 원전 435기 가운데 204기(46.9%)가 30년 이상, 51기(11.7%)는 40년 이상 운전 중이다. 후쿠시마 사고 후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했던 일본도 센다이 1, 2호기를 7월과 9월 재가동할 예정이다. 정부는 고리 1호기를 해체하는 데는 약 15년이 걸리고 비용도 60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처음 해보는 일인지라 폐기물 처리를 놓고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원전의 운영과 폐쇄에 관해 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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