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중국과 미국, 남중국해서 전쟁? 타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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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남중국해 인공 섬 건설에 美 거센 반발 군사적 긴장 고조
中 “영해 주권 지키겠다” 강경… 美는 서태평양 패권 위축 우려
어느 쪽도 일방양보 힘들고 무력 충돌땐 경제 손실 막대
스마트외교로 타협 모색 가능성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인공 섬 건설은 중미 양국 간 전략적 다툼의 중대한 문제가 됐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인공 섬 건설에 관심을 나타내더니 최근에는 중국이 건설 중인 인공 섬의 12해리 내에 군함을 들여보내겠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중국은 단호히 반대했다. 남중국해가 양국 간 직접적인 군사 충돌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남중국해는 미중이 쉽게 타협점을 찾을 문제가 아니다. 인공 섬 건설에 중국은 가장 늦게 참여했다. 이미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등은 난사군도 해역에 인공 섬을 건설했다. 인공 섬을 건설한 나라들은 남중국해에 군용 비행장이 있으나 중국만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의 인공 섬 건설에 반대하는 것은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중국은 난사군도 전체와 인근 해역이 중국의 영토와 영해라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인공 섬 건설이 단순히 섬의 면적을 넓히는 차원이 아니라 남중국해의 주권을 지켜낼 수 있느냐의 중대한 문제가 됐다.

미국이 중국의 인공 섬 건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이곳에 인공 섬을 건설한 뒤 군항이나 군용 비행장 등을 설치하면 중국의 해상 군사력의 남단은 현재 군사기지가 있는 하이난 섬에서 남쪽으로 900∼1100km 내려온다. 이는 남중국해를 오가는 미국 군함에 큰 위협이 된다. 2차 세계대전 이래 70년간 서태평양에서 실질적인 해양 패권을 갖고 있던 미국으로서는 매우 반갑지 않은 일이다.

중국의 인공 섬 건설이 완성되면 베트남이나 필리핀에 보다 강력한 군사적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이 나서 저지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누려온 ‘안전 보장자’로서의 지위와 명예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에 대한 다른 아태지역 군사동맹국의 신뢰도 떨어질 수 있다.

남중국해 인공 섬 건설은 중미 양국의 전략적 관계에 긴장을 유발했으며 앞으로 긴 시간 계속될 것이다. 양국 모두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양국의 직접적 군사 충돌은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군사 충돌로 미국이 공개적으로 적대 정책을 취하면 양국 간 경제 무역 금융 등으로 영향이 파급돼 중국으로서는 대가가 크지 않을 수 없다. 미국도 중국이 반미주의 국가로 돌아서면 군사 정치적 대가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군사 행동을 막기 위해 짊어져야 할 정치 경제 예산상의 부담이 커진다.

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타협할 수 있는가. 현재 가능성은 있지만 어떤 방식을 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미국이 줄곧 군사 외교 압력만으로 중국의 후퇴를 강요한다면 결과는 상반되게 나타날 것이다.

시진핑 정부는 국내 정치상의 희생을 치르면서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도 자국이 주장했던 ‘자유항행’의 원칙을 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양국이 어느 정도 공개적으로 대항하는 모습을 약화시키고 ‘조용한 외교’를 통해 ‘무대에서 내려오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느냐에 있다. 일례로 중국은 인공 섬 건설을 계속하면서도 그 숫자와 군사화의 속도를 줄이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은 인공 섬 상공 비행이나 인근 해역 항해를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다. 양국이 타협의 여지는 있으나 얼마나 ‘스마트 외교’를 통해 타협의 구체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느냐가 문제다.

중미 양국이 남중국해 문제로 전쟁에 말려들어 갈 것이라든지, 신냉전이 나타날 것이라든지 하는 생각은 양국의 ‘전략적 지혜’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중미의 경쟁 속 협력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중미가 전략적 경쟁 및 충돌을 빚게 되는 지점은 남중국해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중국해 대만 그리고 한반도도 있다.

양국이 더욱 협력의 길로 갈 것인지, 충돌의 길로 내달을 것인지, 모두 심사숙고할 과제가 됐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중국#미국#남중국해#전쟁#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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