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도 소송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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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KCC 상대 가처분 소송
엘리엇 “우호지분 확보 불법시도”… 12일부터 지분 추가매입 가능성
삼성 “헤지펀드 공격 방어” 반박… 거래소, 양측 불공정거래 여부 조사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두 번째 법적 소송에 나섰다. 이번 타깃은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이다. 삼성물산도 입장 자료를 내면서 즉각 반격에 나섰다. 엘리엇은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물산의 자사주(5.76%)가 합병 결의 안건에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주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물산 및 이사진과 KCC를 상대로 긴급히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제일모직 제휴사인 KCC에 매각 제안을 한 것은 절박한 상황에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불법적인 시도”라고 규정하면서 “(법적 소송은)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엘리엇의 공세에 시달리던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자사주 899만 주 전량(6743억 원)을 장외거래를 통해 이날 KCC에 매각하자 엘리엇이 즉각 맞받아친 것이다. 엘리엇은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이사회가 강압적으로 불법적인 합병안을 추진하는 것은 삼성물산 순자산 13조4000억 원 중 7조8500억 원(58.6%)을 삼성물산 주주들로부터 제일모직 주주에게 아무런 보상 없이 우회 이전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삼성그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보도자료 배포 직후 “이번 이사회 결의는 사업 다각화 및 시너지 제고 등 당초의 합병 목적을 원활하게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단기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회사 및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자사주 매각에 대한 엘리엇의 가처분 소송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긴 힘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주는 부동산, 건물, 설비와 같은 회사 자산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현금화를 위해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매각 가격에 대해서는 현재 시장가격으로 팔았더라도 미래가치가 더 높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배임’ 소지를 따져 볼 수는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분 공시 이후 5일간 추가 지분을 매입할 수 없었던 엘리엇이 장기전에 대비해 당장 12일부터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가능성도 있다. 다음 달 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엘리엇이 4일 공시한 7.12%의 지분만 의결권을 가지지만 3% 이상을 가진 주주는 언제든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엘리엇은 올 1월 일본 DMG모리세이키가 독일 DMG모리세이키AG(옛 길드마이스터)를 합병한다고 발표한 뒤 “DMG모리세이키AG 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합병안은 통과됐지만 엘리엇은 지난달 말까지 DMG모리세이키AG 지분을 15%까지 늘린 뒤 “사업 구조, 부채 비율 개선, 배당 등 경영 전반에 개입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삼성물산과 엘리엇 간 분쟁 과정에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김현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장은 “삼성물산 주가가 요동치고 있어 불건전한 주문이 있는지 등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황태호·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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