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추가지분 매입설… 표 대결 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7월 17일 합병안 주총 앞두고 긴장… ‘삼성물산 머니게임’ 3대 시나리오

단숨에 삼성물산 3대 주주로 올라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삼성물산 지분을 가진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합병에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식 문서를 보내면서 삼성그룹이 긴장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여전히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먹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다음 달 1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장기전에 돌입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법인에 대한 경영 간섭에 나설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 시나리오 1…시세차익만 보고 떠난다?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경영에 참여하는 척하다 일순간에 지분을 정리하고 나가는 것이다. 삼성물산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거래가 사상 최대 규모로 급증한 사실이 시장의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하루 동안 삼성물산에 대한 공매도 규모는 57만8171주(약 430억7000만 원)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달 초 하루 평균 약 7000주에 불과하던 삼성물산 공매도 물량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4일(약 20만 주)부터 급증하는 모습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되갚아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국내 증시의 공매도 시장은 외국인이 이끌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가 최근 이틀간 20% 이상 급등했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조만간 시세차익을 챙겨 떠나면 주가가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외국인이 많다는 얘기다.

○ 시나리오 2…다음 달 17일 표 대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분 공시를 한 4일 외국인 투자가들은 삼성물산 주식 155만여 주(전체 주식의 약 1%)를 순매수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4일 외국인이 사들인 150만 주 대부분이 한 계좌를 통해 매매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공시할 의무가 없는 다른 펀드를 활용한 우회적 투자까지 더해 이미 지분을 8∼9% 확보했을 것으로 분석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이 다음 달 1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통과시키려면 출석 주주의 3분의 2,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반대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표 대결을 통해 합병을 무산시키려면 자신과 우호지분을 합쳐 33.3%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에선 주식매매 계약 체결일로부터 이틀 뒤 결제가 이뤄지는 것을 감안할 때 양측 모두 우호지분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시한은 주주명부 폐쇄일(11일)을 이틀 앞둔 9일까지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표 대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국민연금과 헤지펀드와 성격이 다른 해외 투자자 등 장기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합병의 명분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시나리오 3…합병법인 주주로 그룹경영 간섭?

삼성그룹으로서는 엘리엇매니지먼트라는 ‘돌발 변수’로 인해 삼성물산 주가가 올라 오히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더 쉬워진 측면도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엘리엇매니지먼트가 9월 1일 출범할 합병법인에 대해 ‘의미 있는’ 지분을 확보한다면 큰 골칫거리를 떠안게 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로가 단기간 시세차익을 노렸다 해도 7%가 넘는 주식을 단번에 팔고 나가는 데는 부담이 따를 수 있다. 대규모 물량이 장내에 쏟아지면 주가 폭락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또 삼성물산 주가가 자신들이 목표한 만큼 오르지 않았을 때는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을 17% 이상 확보할 경우 합병법인 지분을 약 5% 보유할 수 있게 된다.

합병법인 삼성물산의 경우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하게 되기 때문에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간섭은 그룹 경영에 적잖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삼성그룹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정임수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