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퍼스트’ 변혁의 시대…전통 언론사들 생존전략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5일 14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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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미국 뉴욕 타임스센터에서 열린 ‘2015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총회’에서 워싱턴포스트 스티브 힐스 사장이 최근 워싱턴포스트 뉴스룸의 변화에 대해 사회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5월 12일 미국 뉴욕 타임스센터에서 열린 ‘2015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총회’에서 워싱턴포스트 스티브 힐스 사장이 최근 워싱턴포스트 뉴스룸의 변화에 대해 사회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검은색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를 맞춰 입은 백인 사내 5명이 갑자기 무대 위로 들이닥쳤다. 근육질의 20대부터 배가 볼록 튀어나온 백발의 60대까지 연령이 다양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인 타임스센터 세미나장에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5월 11일 오후 1시 반에 벌어진 일이다.

‘We have answers(우리에겐 답이 있다)’

백인 사내들의 검은 티셔츠에 굵은 흰색 글씨로 새겨진 문구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이들은 무슨 답을 가지고 있다는 걸까.

이날 세미나장에서는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총회가 진행 중이었다. INMA 총회는 뉴욕타임스 등 전 세계 유력 언론사의 미디어 비즈니스 담당자들이 모여 미디어 시장 동향과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휴식 시간에는 미디어 관련 IT기업들이 무대에 잠깐 올라와 자사를 홍보하는 시간도 있었다. 검은 티셔츠의 백인 사내들은 바로 데이터 분석 업체를 홍보하러 나온 직원들이었다.

‘We have answers’는 디지털 빅뱅 시대에 미디어 기업의 고민인 데이터 분석을 해결해주겠다는 ‘영업 구호’였다. 노골적이고 유치하지만 은근히 언론사 관계자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문구였다.

연례행사인 INMA 총회에 오는 언론사 관계자들은 그동안 300~400명 선이었다가 올해 처음 500명을 넘겼다. 500석 규모 총회장에 빈자리는 없었다. 미디어 생태계가 급변하면서 세계 각국의 언론사들이 활로를 찾으려 얼마나 고심하는 지를 유례없이 만석이 된 총회장이 대변하고 있었다.

올해 총회에는 전통 언론(legacy media)이 미디어 변혁에 적응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실험 사례들이 다수 소개됐다. 동아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2015 INMA 세계총회’에 참석해 세계 미디어 시장의 변화와 비즈니스 전략을 취재했다.

● NYT, 모바일 독자가 전체의 55%

우선 기존의 ‘디지털 퍼스트’에서 ‘모바일 퍼스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많이 제기됐다. 고객들이 자사 콘텐츠를 경험하는 주 경로가 웹에서 모바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연사로 나온 뉴욕타임스 알렉스 하디먼 부사장(콘텐츠 부문)은 전체 방문자 중 모바일 유입 비중이 2010년 22%에서 올해 55%로 급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PC 등 고정형 인터넷보다 스마트폰으로 뉴욕타임스를 보는 독자가 더 많아진 것이다.

‘모바일 vs PC’ 국가별 일일 사용 시간 분포
‘모바일 vs PC’ 국가별 일일 사용 시간 분포

뉴욕타임스는 기사를 유통시킬 모바일 기기를 스마트폰에서 애플 와치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줄 뉴스 등 작은 화면에 맞는 기사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또 모바일 이용자들의 시간대별 행태와 습성을 분석해 언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를 결정하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호주에서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다수의 신문을 발행하는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의 스테판 사바 모바일 담당 국장은 발표 도중 청중들에게 “하루 중 스마트폰을 몇 번 들여다보느냐”고 물었다. 적게는 100회, 많게는 400회까지 답변이 나왔다. 페어팩스 미디어가 자체 실시한 독자들의 스마트폰 이용 횟수와 분포와 비슷했다. 스마트폰은 사람들이 하루 수백 번씩 들여다보는 강력한 매체라는 것이다. 스테판 사바 국장은 “모바일 기기는 개인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맞는 맞춤형 기사 전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고객을 연구하라”

이번 총회에서 얼 윌킨스 INMA 총괄디렉터는 전통 언론과 신생 디지털 언론의 차이를 이렇게 정의했다.

“전통 미디어는 모든 뉴스를 다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디지털 미디어는 잘 팔릴 것 같은 기사에 집중한다.”

기성 언론사는 기사 가치를 판단할 때 독자의 수요 보다는 개별 언론사가 판단하는 사안 자체의 중요성에 더 주안점을 뒀다. 하지만 언론사가 뉴스를 배달하던 시대에서 독자가 뉴스를 선택하는 쪽으로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고객 데이터 분석은 기성 언론사들이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가 됐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개인 모바일 기기를 통한 뉴스 소비가 많아져 독자층이 개별화되는 만큼 데이터를 통한 소비자 행동 분석도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의 유력 지역지인 애리조나 리퍼블릭은 각종 데이터 분석 툴을 활용해 기사에 대한 사용자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편집 회의 때 독자분석 전문가를 참여시켜 간부들의 의사결정을 돕기도 한다.

20~30대 여성 전문 패션 뉴스 사이트인 ‘Refinery29’는 고객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분석해 제작에 반영하고 있다. 분석 결과 토요일에 패션과 뷰티 관련 기사 소비율이 높고, 일요일에는 연예 오락 뉴스를 소비하는 성향이 높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이 매체는 주말에 평일의 2배 수준으로 기사를 제작해 전파하고 있다.

미국 미디어컨설팅업체인 프레스리더의 니콜라이 마리야로프 부사장은 “복잡한 빅데이터 속에서 맥락을 찾아내는 스마트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콘텐츠와 시간, 타깃 독자층, 가격, 채널을 정밀하게 확인해 일종의 ‘(기사 소비 지도)reading map’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적절한 콘텐츠를 적절한 시간대에 올바른 독자층에 적합한 가격을 매겨 정확한 채널로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INMA 총회에 참석한 강석 미국 텍사스대 샌안토니오(UTSA)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전통 언론사들이 디지털 변혁을 겪으며 자생력이 강해지고 있는 경향을 확인했다.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면서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과 과감한 모바일 실험을 계속한다면 새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뉴욕=신광영 기자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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