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실 ‘학부모가 책 읽어주기’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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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혼자 읽기보다 흥미 더 유발… 정서적 안정감 주고 두뇌 자극 효과
읽기뿐만 아니라 듣기 능력도 향상

서울 삼각산초는 지난달 7일부터 학부모가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얘들아, 함께 읽자!’ 활동을 시작했다. 2학기에는 ‘책 읽어주기 언니 지원단’을 만들어 선배가 후배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도 시작할 예정이다. 삼각산초 제공
서울 삼각산초는 지난달 7일부터 학부모가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얘들아, 함께 읽자!’ 활동을 시작했다. 2학기에는 ‘책 읽어주기 언니 지원단’을 만들어 선배가 후배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도 시작할 예정이다. 삼각산초 제공
서울 강북구에 있는 삼각산초등학교는 지난달부터 ‘얘들아, 함께 읽자!’라는 독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혼자 책을 읽는 게 아니라 학부모들이 학교에 와서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 1∼6학년 학부모 중 지원자를 받아 매주 한 번씩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5, 6학년은 학교를 졸업한 동문 선배 등을 초청해 낭독 시간을 갖는다.

초등학교에서 학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전남 순천시는 올해 시 차원에서 책 읽어주는 학교를 확대하고 지원하기로 했다. 순천시는 4월 공모를 거쳐 선정한 15개 학교에 강사 파견, 도서구입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북 경주 월성초는 지난달 ‘책 읽어주기 학부모 연수회’를 열었다. 연수 내용은 좋은 책을 고르는 법과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방법 등이다.

해외에서도 책 읽어주기는 인기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지난해 의사 6만2000여 명에게 ‘병원을 방문하는 부모들에게 책 읽어주기의 효과를 설명하고 전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미국 소아과학회 연구결과에 따르면 책을 읽어주는 소리는 아이의 두뇌를 자극해 새로운 세포 형성을 촉진한다. 또 부모의 낭독을 듣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부모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게 되고 ‘부모가 곁에 있다’는 것을 인지해 불안감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런 심리적 안정감은 신체 전반의 안정적 발달과 면역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책 읽어주기가 확산되는 이유는 교육효과 때문이다.

유치원생이나 초등생들이 혼자 책을 읽는 것과 부모가 함께 책을 읽어주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것. 심영면 삼각산초 교장은 “학생들이 조용히 혼자 책을 읽을 때보다 학부모가 와서 책을 읽어주며 부연 설명을 해주고 다양한 반응을 취할 때 책에 대한 흥미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멋쩍어하거나 어색해하던 학부모들이 학생들 앞에서 책을 읽고, 학생들이 여기에 몰입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양쪽 모두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효과를 봤다.

낭독 과정에서는 읽기 능력뿐만 아니라 듣기 능력도 향상된다. 이는 혼자 책을 읽는 과정에서는 습득할 수 없는 부분. 전문가들은 언어를 습득할 때 다양한 자극을 통해 습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한글 역시 읽기만 하는 것과, 읽기와 듣기를 병행하는 것은 효과에서도 차이가 난다. 학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학생들이 이를 듣다가 모르는 단어는 그 자리에서 질문을 하거나, 내용 중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서 책읽기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이라는 책을 쓴 미국의 삽화가 겸 자유기고가 짐 트렐리즈는 그의 책에서 “책을 읽어줄 때는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고 음색을 바꿔가며 읽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이야기의 내용에 따라, 긴장이 고조되는 부분은 낮은 목소리로 다소 느리게 읽는 등 변화를 주는 게 좋다”며 “책을 너무 빠르게 읽어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낭독을 들으면서 아이가 충분히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이야기를 추론할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초등 교실#학부모#책 읽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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