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교육특구’, 특목-자사고 쏠림 심화… ‘일반고 살리기’ 먼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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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학년도 서울지역 고교 입시 분석

2015학년도 서울지역 고교 입시에서 소위 교육특구(강남 노원 서초 송파 양천구)라 불리는 특정 학군의 특수목적고 진학 강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번 입시에서 처음으로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가 적용되면서 나머지 지역 최상위권 중학생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자율형사립고 입학 인원도 크게 늘어난 가운데 자치구별로 쏠림 현상이 빚어졌다. 입시 결과만 놓고 보면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야심 차게 추진한 ‘일반고 살리기’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특목고 입학생 43.6%는 ‘교육특구’ 출신


지난달 학교알리미를 통해 공시된 ‘2015학년도 서울지역 고교 입시 결과’에 따르면 강남구 소재 중학교 졸업생 236명이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에 진학했다. 이는 2014학년도의 172명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중에서 특목고 합격자 수 기준으로 상위 5개 지역(강남 노원 서초 송파 양천구)의 특목고 입학생 수는 948명으로, 전체 특목고 입학생 수 대비 43.6%를 차지했다. 2014학년도의 40.1%보다 더 늘어난 결과다.

이는 이번 고교 입시부터 내신성적을 A∼E등급으로 나눈 절대평가제를 활용하면서 내신 변별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교육특구 이외 지역의 최상위권 중학생들은 내신 우위를 바탕으로 교육특구 중학생들과 경쟁했는데 이러한 이점이 사라진 것. 특히 강남구 중학생들이 바뀐 제도의 혜택을 본 셈이다.

반면에 특목고 입시에서 이 학군들 이외 지역은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강동구의 경우 2014학년도에는 특목고 입학생 101명을 배출했지만 최근 입시에서는 36명이 줄었다. 비교적 특목고 입시에서 선전했던 성북구 역시 2015학년도 특목고 입학생은 106명으로 전년 대비 21명이 줄었다. 금천구 중학교 졸업생 중 2015학년도 특목고 입학생은 전년 대비 15명이 줄어 17명에 그쳤다. 자치구별 격차가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 늘어난 자사고 입학, 강남·서초 쏠림

자사고는 신입생 정원의 20%는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를 대상으로 선발해야 하지만 2015학년도 입시부터 사배자 전형에서 미달이 발생할 경우에 전형 정원의 50%는 일반전형을 통해 뽑을 수 있게 됐다. 즉, 총 정원의 최대 90%까지 일반전형을 통해서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 것. 이에 따라 올해 서울지역 자사고 입학생은 9413명으로 지난해(8806명)보다 600명가량 늘었다.

서울 대부분의 자치구에서 자사고 입학생이 늘어난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곳은 서초구와 강남구였다. 올해 서초구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자사고 입학생을 배출한 지역(878명)이었고 강남구(860명)가 뒤를 이었다. 각각 지난해 대비 149명과 86명을 더 배출했다.

올해 서초구 중학교 졸업생 중 24.7%(1006명)는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했다. 반면에 올해 금천구 중학교 졸업생은 5.2%(94명)만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했다. 지난해에도 특목고, 자사고 기준으로 서초구(848명)가 입학생을 가장 많이 배출했고, 금천구(125명)가 제일 적은 입학생 수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그 격차는 더욱 커졌다.

이런 가운데 교육특구 이외 지역 학생들이 특목고 지원보다는 자사고 입시로 눈을 돌린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강동구 중학교 졸업생 중 자사고 입학생은 376명이었지만 올해 입시에서는 426명이 자사고로 진학했다. 성북구 역시 자사고 입학생이 418명으로 지난해보다 30명 늘었다. 특성화고 진학도 양극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강북구 중학교 졸업생의 약 27%(846명)는 특성화고에 진학했지만 강남구는 졸업생의 약 3%(193명)만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는 “특목고와 자사고 입시에서의 특정 학군 인기 현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고교 입시 정책의 변화로 오히려 더 가속화되고 있다”며 “다양한 고교 지원 및 입시정책이 나온 올해 입시에서 시교육청 ‘일반고 살리기’ 정책의 체감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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