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이승엽, 지독한 노력의 승리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1일 05시 45분


한화 김성근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화 김성근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2005년 日 롯데 타격코치 시절 회상

시즌 중에도 매일 600개씩 스윙연습
절친 김제동이 와도 무조건 연습부터
日서 보낸 8년이 그를 더 강하게 했다

400홈런이라는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삼성 이승엽(39)에게는 항상 한 가지 궁금증이 따른다. 일본에서 보낸 8년의 시간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 몇 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을까? ‘700개 이상’이라고 답하는 팬도 있고, ‘800홈런에 도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2005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에서 타격 인스트럭터(사실상 이승엽 개인 코치)로 부임하면서 이승엽과 함께했던 김성근(한화) 한화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김 감독은 31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한국에 남았다면? 글쎄, 몇 개를 더 쳤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에 갔기 때문에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마흔을 앞둔 나이에도 지금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힘에는 일본에서 지독한 노력으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낸 힘에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10년 전 일이지만 상황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기억 조각을 모은 결론은 ‘이승엽은 지독한 노력의 승리자’다.

● 시즌 중 하루 600개 스윙

2004년 일본 진출 첫 해 이승엽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보비 밸런타인 감독은 이상하리만큼 이승엽을 신뢰하지 않았다”는 김성근 감독의 기억처럼, 밸런타인 감독은 2003년 56개의 홈런을 친 한국 홈런왕 이승엽을 지나치리만큼 외면했다. 2004년 100경기 출장, 그것도 대타로 나선 적이 많아 382타석에 그쳤다. 들쑥날쑥한 출장 탓에 타율 0.240에 13홈런으로 부진했다.

김 감독은 “2005년 이승엽은 시즌 중에도 경기 전 600개씩 공을 쳤다. 실내에서 토스배팅을 수백 개씩 하고 그라운드에 나갔다. 숙소로 돌아와도 스윙을 계속 했다. 일본 선수들이 보고 놀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밸런타인 감독이 이승엽이 좌익수 쪽으로 홈런도 아닌, 안타 20개만 칠 수 있어도 재계약하겠다는 말을 하더라. 밀어 칠 줄 모른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노력으로 이런 어려움을 이겨냈다. 절친한 김제동이 일본에 와도 호텔 옥상에서 나랑 훈련하고야 밥을 먹으러 나갔다. 그해 삿포로돔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쳤다. 숙소로 돌아와 유니폼도 벗지 않고 ‘오늘 한국야구의 위상을 세웠다’며 캔맥주를 함께 들이켰다. 그 맥주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울산|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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