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지주체제와 함께 ‘세 굴레’ 벗은 두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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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첫 지주사 전환했다 해소… 증손회사 2곳-두산캐피탈 고민 해결
세금 30억 더내도 600억 이상 실익

SK와 한진 등 다수 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가운데 두산이 24일 지주사 체제를 탈피했다. 10대 그룹 중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가 이를 다시 해소한 것은 두산이 처음이다. 의외로 보일 수도 있지만 두산에는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신의 한수’라는 평가다.

우선 증손회사 밥캣홀딩스의 프리 IPO(상장 전 지분매각)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얻었다. 두산은 현재 한화자산운용을 통해 밥캣홀딩스의 외부 자금 유치를 추진 중이다. 8000억 원 규모다. 이를 위해서는 ㈜두산이 지주사면 안 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두산의 손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캣홀딩스 주식 전량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밥캣홀딩스 지분을 일부 매각할 수 있게 됐다. 프리 IPO가 끝나면 밥캣홀딩스에 대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은 100%에서 72% 정도로 낮아지고 7700억 원가량을 얻어 재무구조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증손회사인 네오트랜스(지하철 신분당선 운영사) 문제도 해결하게 됐다. 두산건설은 네오트랜스 지분 42.9%를 보유 중이다. 증손회사 지분 100% 보유 규정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 11월 “네오트랜스 지분을 추가 매입하거나 모두 매각해야 한다”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지분 57.1%를 추가로 인수하는 데 600억 원 정도가 필요해 쉽지 않았다. 두산건설이 올해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만 2200억 원 정도다. 그렇다고 네오트랜스 지분을 팔기도 여의치 않았다. 2012년과 지난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주주들 반대에 부닥쳤다.

금융 계열사인 두산캐피탈 보유 문제도 풀었다. 공정거래법은 비금융지주사가 금융사를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이 때문에 두산은 2013년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56억 원을 부과받았다. 이후 두산은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캐피탈 지분(각각 14.3%)을 각각의 미국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아메리카와 두산인프라코어아메리카에 파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상 규제는 국내 회사에만 적용되는 점을 이용한 셈이다.

두산이 지주사 지정에서 제외되면서 얻는 손실은 30억 원 정도로 보인다. 배당세를 포함한 각종 면제 혜택이 사라져 법인세를 30억 원 정도 추가로 내야 하는 것. 그러나 업계에서는 두산이 30억 원을 포기하고 적어도 600억 원 이상을 얻었다고 평가한다.

지주사 지정에서 제외됐지만 두산은 실질적인 지주사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 서면투표제 등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박용만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력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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