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 자격 싸고 충돌… 법정으로 간 지하철2호선 수주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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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가 지하철 2호선에 투입할 전동차 200량을 제작할 업체로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을 선정한 것을 두고 입찰에 참여했던 현대로템이 입찰 후속 절차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최저가입찰에서 국내 철도차량 제작업체 로윈이 지분 40%, 전기변환장치 업체 다원시스가 60%를 투자한 컨소시엄은 2096억 원을 써내 현대로템(2403억 원), 우진산전(2515억 원)을 제치고 낙찰됐다.

현대로템은 “전동차 납품 실적도 없는 업체가 낙찰돼 국민 안전이 걱정된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조달청과 서울메트로에 대한 입찰 후속절차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르면 이달 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8370억 원을 들여 노후 전동차 620량을 교체하기로 한 만큼 이번 입찰이 갖는 의미는 크다. 논란의 핵심은 로윈·다원시스가 전동차 제작 실적이 있는지다. 로윈은 실적의 근거로 2010년 서울도시철도공사의 7호선 전동차 48량을 제작하기로 한 계약증명서를 서울메트로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계약은 전동차가 아닌 차체·대차·인버터·제동·컴퓨터 장치 등 5개 부품으로 쪼개진 형태로 이뤄졌다. 현대로템 측이 “로윈이 전동차 납품 실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차체장치 계약서 중에 ‘차체장치 공급자가 5개 장치를 조립 및 시험 등을 수행해 완성차로 납품한다’는 내용이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최근 음성직 당시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이 2010년 서울시의회에서 “로윈은 전동차부품만 납품한다…조립을 우리가 한다”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통상 전동차를 제작할 때 발주처가 감독관을 2, 3명 파견하는 데 반해 당시 로윈 김천공장에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직원 80명이 상주했다”며 “로윈이 자체적으로 전동차를 납품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현대로템은 공장 실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찰 전 조달청은 입찰 참여 적격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공장 실사를 진행한다. 현대로템 측은 “실사 과정에서 다원시스 공장에 있는 전자부품 조립설비가 전동차 차체 조립용 설비로, 소형 하중시험기가 30t에 달하는 전동차 차체 하중시험기로, 일반 줄자가 차량 높이측정 검사설비로 인정되는 등 보고서가 비정상적인 내용으로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 측은 “재판부에 입장을 충분히 소명했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로윈의 자금 사정도 논란거리다. 로윈이 현재 법정관리 중인만큼 로윈이 전동차 제작업체로 선정되면 제대로 납품 및 유지보수가 가능할지 의심스럽다는 게 현대로템의 주장이다. 일례로 2011년 12월 로윈은 코레일과 계약한 컨테이너 화차 113량 중 60량을 미납했다. 이에 대해 로윈 측은 “지난해 말 법원에서 회생계획이 인가됐다”며 “올해 300억 원대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입찰건과 관련해 현대로템의 전동차 독점구조를 깨려는 서울메트로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서울메트로 측은 “현대로템이 국내 철도 시장을 독점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경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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