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슈틸리케 장점은 눈앞 성적 집착 않는 초연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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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인터뷰

아시아축구연맹(AFC)과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선거에 출마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회장실에서
 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축구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아시아축구연맹(AFC)과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선거에 출마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회장실에서 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축구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요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보면서 리더십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축구대표팀 평가전이 있던 지난달 31일 만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53)은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만족해했다.

정 회장은 “문화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확하게 지키는 것 같다. 대표팀에서도 칭찬도 하고 긴장감도 주면서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니 선수들도 바짝 긴장하고 잘 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무대에서 경쟁을 하려면 객관적인 우선순위를 만들어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슈틸리케 감독과 주고받은 대화 한 토막을 전해줬다. “27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1-1로 비긴 뒤 슈틸리케 감독에게 걱정스러운 말투로 ‘어떠냐’고 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처음 뽑은 이재성과 정동호가 잘해 기분이 좋다’고 하더라. 그때 한국 감독과 외국 감독의 차이를 느꼈다. 한국 감독이었으면 무승부라는 결과에 대해 미안해하는 경향을 보였을 것이다.”

정 회장은 “언론과 팬들도 한국 감독에게 바라는 것과 외국 감독에게 바라는 것이 다른 것 같다”며 브라질 월드컵 사령탑 홍명보 전 감독에 대한 평가를 아쉬워했다. 정 회장은 “홍 감독은 지나치게 비판받았다. 누구나 공과 과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엄청난 시간을 들여 투자해 좋은 경험을 쌓은 지도자가 갑자기 떠나게 해선 안 된다. 홍 감독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과 아시아경기, 올림픽 사령탑을 거치며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따고도 한 번의 대회 성적으로 ‘죄인’ 취급받는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 더이상 나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대한민국 축구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K리그가 중요하다. 지나치게 승리에 집착하기보다는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축구를 해야 한다. 그래야 팬들이 몰리고 축구선수도 뛸 맛이 나 열심히 뛴다. 최근 K리그 클래식을 보니 경기도 짜임새 있어졌고 윤정환 울산 감독이 일본에서 오는 등 흥미로운 구도가 형성됐다. 이렇게 이야기와 이슈가 많아야 관심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과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에 각각 도전장을 낸 정 회장은 축구 외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정몽준 FIFA 부회장이 2011년 FIFA를 떠나며 국제 축구계에서 대한민국의 목소리가 약해졌다. FIFA와 AFC 집행위원에 도전하는 이유”라며 “이번에 7개국에서 FIFA 집행위원에 도전장을 냈다. AFC 집행위원은 11명을 뽑아 당선 가능성이 있는데 3명을 뽑는 FIFA 집행위원은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30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리는 AFC 총회를 위해 AFC 46개국(한국 포함) 중 북한, 내전 중인 이라크,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등을 제외한 40개국을 돌아다니며 선거운동을 했다. 정 회장은 5선에 도전한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에 대해 “현재 유럽을 제외한 각 대륙 연맹이 블라터 회장을 지지했다. 우리도 반대하기보다는 앞으로 4년간 블라터 회장에게서 뭘 얻어낼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정몽규 회장#슈틸리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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