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회고록]“盧, 쇠고기수입 美와 약속 안지켜”… 盧측 “약속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5대 쟁점 팩트체크]쇠고기 협상

《 “2008년 2월 18일 일말의 기대를 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찾아갔지만 뒷맛이 씁쓸했다. 한미 양국 대통령이 쇠고기 협상을 몇 차례에 걸쳐 타결하기로 약속한 일인데 이를 마무리 짓지 않은 채 퇴임하겠다니….” 》

2008년 6월 미국과의 쇠고기 즉각 재협상 및 이명박 정권 심판을 내세운 100만 촛불대행진 시위가 예정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서 경찰이 대형 컨테이너 박스로 대부분의 차로를 막고 있다. 동아일보DB
2008년 6월 미국과의 쇠고기 즉각 재협상 및 이명박 정권 심판을 내세운 100만 촛불대행진 시위가 예정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서 경찰이 대형 컨테이너 박스로 대부분의 차로를 막고 있다. 동아일보DB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권 첫해인 2008년 청와대는 광우병 촛불시위로 엄청난 홍역을 치렀다. 그는 회고록에서 “국정 지지율이 20%대 초반으로 떨어지며 국정 운영의 동력이 급격히 상실됐다”고 탄식했을 정도였다.

광우병 촛불시위의 발단이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할 당시 미국과 쇠고기 수입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대통령 취임을 일주일 앞둔 2008년 2월 18일 청와대에서 나눈 노 전 대통령과의 대화를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한덕수 총리가 우리 측 인사에게 대통령을 직접 만나 (쇠고기 수입 문제를) 해결하는 길밖에 없을 것 같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를 찾은 이 당선인은 “한미 쇠고기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수차례 약속하신 걸로 알고 있다”며 “남은 임기 중 처리해 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회고록은 “노 전 대통령은 미국과 약속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다고 미국 의회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처리해 준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어차피 미국과 FTA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하니 그때 가서 쇠고기 협상을 조건으로 내세워 자동차 재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라는 ‘조언’도 덧붙였다”고 기술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상황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한미 쇠고기 협상을 마무리 짓고 떠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가슴이 답답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쇠고기 수입을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협상 카드로 사용하라고 말한 것은 맞지만, 미국과 쇠고기 수입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약속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의전비서관을 지낸 오상호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당시 노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은 민감한 부분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었고 (미국과) 합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지층의 절반이 떨어져 나가면서까지 FTA를 추진했지만 그 와중에도 쇠고기만큼은 지켰다”며 “자동차 등 우리가 원하는 많은 것들이 있으니 이 부분(쇠고기 수입)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라”고 했다는 게 오 사무처장의 얘기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명박 회고록#광우병 촛불시위#미국산 쇠고기 수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