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죽겠구나, 고사 지내” 日 베테랑운전사가 본 한국 교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6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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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고사까지 지냈어요.”

한국에서 사케(일본술)를 판매하는 쿠마가이 켄(熊谷謙) 씨(41)는 아침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과속은 기본이고 불쑥 끼어드는 차량 때문에 출근길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연이어 6번 교통사고를 당해 주변 친구들의 추천으로 고사까지 지냈다. 이제는 난폭운전 하는 한국 운전자들을 만날 때마다 저승사자를 본 것처럼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는 15년 동안 일본에서 무사고 운전을 한 베테랑운전사였다. 틈틈이 자동차를 직접 손보며 드라이브 하는 것을 즐기던 애호가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가장 질색하는 한국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 중 하나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로변경을 하는 것이다.

쿠마가이 씨는 지난해 10월 한국 운전자가 방향지시등 켜는 것에 얼마나 인색한 지 제대로 경험했다. 그는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는데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로변경을 하다 사고가 났다”며 “나는 술을 마신 상태였고 큰 사고도 아니어서 계속 운전을 시켰는데 이후에도 방향지시등을 한번도 켜지 않는 것을 보고 질려버렸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2~3초간 방향지시등을 켠 뒤 조심스럽게 차로변경을 하는 일본의 교통문화와 상반된 모습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뒤에서 양보해주지 않는 운전자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쿠마가이 씨는 “방향지시등을 켜면 당연히 속도를 낮춰야 하는데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 오히려 속도를 높이는 운전자가 많다”며 “아무도 양보해주지 않으니 차로변경을 하려는 차가 무리하게 앞지르기를 하는 등 공격적인 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쿠마가이 씨가 반겼던 한국의 교통문화도 있다. 운전자들이 비상등으로 감사나 양해의 뜻을 전하는 ‘비상등 매너’가 그 주인공이다. 쿠마가이 씨는 “일본에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비상등으로 감사 표현을 한다”라며 “한국에서는 일본보다 사용 빈도도 높고 손까지 흔들어 주는 운전자가 많아 삭막한 도로 위에서 그나마 정감을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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