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선 실시 “그렉시트는 없다” 약속에도 국가부도 공포 유로존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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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좌파연합 집권 유력

25일 실시된 그리스 조기 총선에서 긴축정책 반대와 구제금융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건 야당인 급진좌파연합 ‘그렉시트(Grexit)’와 국가부도 가능성이 현안으로 떠올라 유로존이 긴장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전국 2만여 곳의 투표소에서는 그리스는 물론이고 유럽의 운명이 달린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섰다. 그리스의 총 유권자는 980만 명. 시리자에 한 표를 던졌다는 스타브룰라 구르두루 씨(43·여)는 “외국의 금융 권력이 우리의 아이들을 망치는 것을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니콜라 코플루스 씨(78)는 “긴축정책으로 힘들었지만 나라가 망하도록 둘 수 없어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투표는 이날 오후 7시(한국 시간 26일 오전 2시)에 끝났으며, 최종 개표 결과는 26일 오전 10시(한국 시간)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에서는 시리자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24일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그리스의 구제금융 재협상과 부채 탕감을 요구하는 시리자는 33.5%로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여당 신민주당(ND)을 3∼6%포인트 앞서며 지지율 1위를 고수했다. 전체 300석 중 과반 확보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은 36.5% 정도로 추산된다. 시리자는 단독 과반 확보가 어려워 지지율 3위인 중도파 ‘포타미’ 등 소수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자는 마오이스트, 마르크스주의자, 트로츠키주의자, 사회주의자, 유러코뮈니스트, 녹색당 등의 연합으로 구성된 급진좌파그룹이다.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로 불리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당수(40)는 24일 마지막 유세에서 “빛이 어둠을 이겼다”면서 “시리자가 집권해 그리스 국민의 존엄성을 회복하겠다”며 좌파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긴축 철폐와 채무탕감 방침은 굽히지 않았다. 그는 세금 감면, 최저임금 인상, 가정 전기요금 인하, 연금 지급, 공공지출 원상회복 등 각종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도 약속했다.

영국 BBC는 “시리자가 집권하면 유로존에서 처음으로 ‘반(反)긴축정책’ 정부가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유럽 각국에서도 포퓰리스트 정당의 대약진이 예고된다”고 전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시리자가 집권해도 그리스는 구제금융과 관련해 이제까지 언급해 온 연금 삭감, 공무원 대량 감원 등의 약속을 존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 EU, 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로부터 2010년,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2400억 유로(약 292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리스의 구제금융은 올해 2월 말이 기한으로 잡혀 있어 연장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신규 금융지원은 중단된다.

그러나 시리자가 집권한다 해도 당장 그렉시트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빌 머리 IMF 대변인은 “시리자도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어 그렉시트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하랄람보스 차르다니디스 그리스 국제경제관계연구소 소장은 “유로존 탈퇴보다는 ECB의 그리스 국채 매입 조건에 대한 협상이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그리스 총선#그렉시트#유로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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