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천안지역 고교평준화’ 논의 3개월만에 재점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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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교육청, 공청회 열어 여론 결집… 道의회 “부결 석달만에 재상정” 반발

충남교육청이 20일 천안에서 고교평준화 추진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이 지역의 고교평준화 논의를 재점화했다. 지난해 10월 천안시 고교평준화 조례를 도의회에 제출했다가 반대에 부닥쳐 무산된 지 3개월 만이다. 도교육청은 시민들이 원하고 있어 조기에 재추진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도의회는 불과 3개월 만에 지방의회의 결정을 뒤집으려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 ‘2016년 천안 고교평준화 도입’ 재추진

20일 오후 천안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도교육청은 고교평준화 찬성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다. 초청연사로 참석한 강원교육청 이웅 장학사는 “2013년 춘천과 원주, 강릉 지역 고교평준화를 도입한 이후 비선호학교가 급속하게 줄었고 학력도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천안 업성고등학교 전지현 교사는 “천안 지역의 고교는 극심한 서열화로 하위권 학교는 학생 생활지도와 학습지도에, 상위권 학교는 내신 위주의 대입제도로 불이익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 교육청은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6학년도에 평준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천안시는 인구 50만 이상 도시 가운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비평준화 지역이다. 1995년 비평준화로 전환했다가 20년 만에 다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평준화 대상 고교는 북일여고 천안여고 복자여고 중앙고 천안고 월봉고 쌍용고 두정고 신당고 오성고 청수고 업성고 등 12곳이다. 자립형 사립고인 북일고와 통학 거리가 길고 교통이 불편한 목천고 및 성환고는 제외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내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누구나 천안 고교평준화 학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시민 열망 존중’ vs ‘도의회 무시 처사’

도교육청은 27일 열리는 제276회 충남도의회 임시회에서 조례가 논의되도록 재상정했다. 이 조례는 지난해 10월 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본회의에서 찬성 14, 반대 19, 기권 5표로 부결됐었다.

3개월 만의 재상정에 대해 도의회는 불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의회 관계자는 “조례 재상정은 회기만 달리하면 규정상 가능하다. 다만 부결된 사항을 불과 3개월 만에 재상정한 데 대해 도의원들이 ‘도민 대의기관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며 불쾌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도 교육청 측은 “2016년 평준화 제도의 도입을 전제로 현재 중학교 2학년에 대한 수업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조기 재상정해 통과시키지 못하면 교육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평준화는 2013년 학생과 학부모 대상 여론조사에서 73.8%가 찬성해 시민들이 크게 열망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부결 당시 도의회가 지적한 12개 사항 가운데 수정이 어려운 사항을 제외하고 천안 평준화로 인한 인접한 아산시 고입 안정화 대책으로 아산학생 우선 선발제를 시행하고, 비선호학교에 배정받은 학생에 대해 특성화 교육을 활성화하는 등 7가지 사항을 보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도의원들은 “2013년 여론조사 당시 편파적인 조사 활동으로 교사 10명이 징계받았다. 이런 근본적인 지적사항에 대한 해결책 없이 조례를 재상정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평준화가 성적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도 교육청은 “평준화와 학력과의 관계는 명백한 상관관계는 입증하기 어렵지만 다른 시도의 사례에 비춰 다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고교 서열화 해소와 고교가 학생 선발보다 교육에 역량을 쏟을 수 있도록 하는 효과는 분명히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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