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키에 주한 프랑스 대사 “파리 테러는 이민정책 실패 탓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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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前대통령 - 축구 지단… 이민자 출신의 땀이 佛 키워”

제롬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대사는 “이번 테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일어난 최악의 사건”이라며 “언론사와 경찰관을 공격했다는 점에서 프랑스 사회의 근간을 위협했다.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제롬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대사는 “이번 테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일어난 최악의 사건”이라며 “언론사와 경찰관을 공격했다는 점에서 프랑스 사회의 근간을 위협했다.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파리 테러를 보는 프랑스 정부의 공식 입장이 듣고 싶어 제롬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대사(58)를 16일 만났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보나.

“이슬람과 반(反)이슬람의 대립, 이민정책의 실패 등으로 보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종교를 내세우는 극단주의자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거짓 주장을 펼치기 위해 소외계층을 선동하고 호도한다. 테러 방지에 ‘제로(0) 리스크’란 없다. 아무리 철저히 대비해도 테러리스트의 발현 자체를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다. 이번 일로 경찰관 3명이 순직했다. 수사당국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만큼 타 종교에 대한 존중도 중요하다는 여론이 있다.


“‘표현의 자유’는 이번 일의 본질이 아니다.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만평은 한 종교가 다른 종교를 조롱한 것이 아니라 세속 언론이 특정 종교를 풍자한 것이다. 가톨릭과 교황에 대해서는 더 센 풍자도 했었다. 지금 시리아, 파키스탄, 니제르 등에서는 같은 무슬림이면서도 자신들과 종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무슬림을 죽이는 이들이 넘쳐난다. 이번 테러에서도 무슬림 경관이 숨졌다. 이슬람에 대한 박해와 차별을 없앤다며 테러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무슬림이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 비무장 민간인, 그것도 언론에 총을 겨누면서 박해와 차별을 운운할 수 있나.”

―프랑스 정부가 히잡(무슬림 여성이 머리카락과 목을 가리기 위해 두르는 스카프) 착용을 금지한 것에 대한 반발도 크다.

“히잡뿐 아니라 유대계 남성이 쓰는 모자 키파, 마스크, 헬멧 등도 포함된다. 이 조치가 있기 전 특정 종교 복장을 한 급우를 따돌리거나 신체적 위해를 가한 학생들이 있었다. 종교를 빙자해 다른 사람에 대한 증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번 일로 극우주의 정당이 더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어떠한 극단주의에도 반대한다. 언어 문화 생김새가 다른 민족을 받아들이고 이들을 사회에 융화시키는 일이 쉽지 않지만 적극적 이민정책은 프랑스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헝가리), 마뉘엘 발스 총리(스페인),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알제리)은 모두 이민자 후손이다.”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가.

“교육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민주주의 공화주의 세속주의라는 프랑스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것이 사라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가 증명됐다고 본다. 이를 더 널리 알리고 체득하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테러 방지 공조가 매우 중요해졌다.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몇몇 한국인들이 희생된 적이 있다. 한국 사회도 이번 일을 남의 일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테러 후 여러 한국인이 위로해 주신 것에 감사한다. 프랑스 정부는 북한 핵 등 각종 안보 문제에 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 7일 프랑스 법원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 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 결정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며 실제 인도가 이뤄질 때까지 전폭 지원하겠다.”

2012년 12월 부임한 파스키에 대사는 1981년 프랑스 엘리트의 산실이자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 파리정치학교 교수 등을 배출한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하고 외교관이 됐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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